서울과 인천, 경기도

심곡동 우두물

1-8.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 우두물

박정자 선생님의 설문지


서울대왕국민학교에 근무하시는 27살 박정자 선생님은 교육청으로부터 마을제당 설문지를 받았습니다. 당시 마을마다 제의가 있었지만, 60년대 마을제의는 여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20대 여자선생님이었던 박정자 선생님에게 마을제의는 친숙한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설문지를 들고 동료선생님들과 학생들을 통해 심곡동 우두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대왕국민학교가 있는 세곡동은 서울에, 우두물이 있는 대왕면은 광주군에 속해있지만, 1962년까지 서울의 강남 일대는 광주군 소속이었습니다. 때문에 세곡동 주민들이 대왕면 우두물을 아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심곡동 우두물 삽화


우두물은 학교에서도 제법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박정자 선생님은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박정자 선생님은 우두물을 확인하여 삽화를 첨부하였습니다. 사진만큼은 아니지만 당시 모습을 알 수 있는 매우 귀한 자료였습니다. 박정자 선생님이 조사한 우두물을 살펴보면, 우선 제의의 대상인 우물이 있고, 넓은 돌로 만든 제단이 있습니다. 우두물은 이끼가 낀 자연석으로 만들어 동그란 원형을 띠고 있습니다.

심곡동 우두물


박정자 선생님은 우두물이 생겨난 전설도 기입해주셨습니다. 옛날 마을에 호랑이등 무서운 짐승들이 마을에 들어와 사람들을 해치고 피해를 주자 우두물을 만들어 제의를 지냈다고 합니다. 한편 또 다른 전설로는 마을의 상수리 나무를 베어버리자 마을사람들인 호열자, 즉 콜레라로 죽었다고 합니다. 콜레라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전설이 생겨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제의는 마을 유지들과 노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제상에는 소머리와 두 다리, 술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때문에 제의가 끝난 후에는 제의를 위해 잡은 소를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 먹습니다. 제의 날짜는 음력 7월 초로, 보통 연초나 10월에 진행되는 다른 제의와 차이점을 보이며, 제의 시간 역시 따로 정해지지 않고 임의로 정하고 있습니다. 제의 비용 역시 정해진 비용을 갹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소 한 마리 값과 술 값을 모으고 있습니다.

심곡동 우두물 골목길

심곡동 우두물 골목길


2023년 5월 국립민속박물관은 대왕면 우두물을 찾아 성남시로 향했습니다. 박정자 선생님의 조사 이후 광주군에 인구가 늘어나 서울 인근 지역이 하남시와 성남시로 독립하였으며, 분당신도시 개발로 많은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광주군 대왕면에 속해 있던 우두물은 현재 성남시 수정구의 심곡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심곡동 우두물


우두물 주변은 많은 개발이 이루어져 주택단지가 들어섰고, 마을 원주민보다 이주민들이 많은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 영향인지 우리관이 찾아간 우두물은 마을제당보다는 버려진 우물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원주민 보다 이주민이 더 많아 졌기 때문인지 현재는 특별히 진행되는 마을제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심곡동 우두물 상부


지금까지 수도권의 마을제당들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공통점은 마을제당과 제의를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가꾸고 보존하려는 지역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심곡동의 우두물은 그 의미를 잃어버린 채 방치되고 있어 많은 부분에서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