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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속

주제 한국의 무속
조사 사진, 테마

진철승 종교문화연구소 소장

흉을 멀리하고 길을 불러오는 부적



부적은 예로부터 제작되어 인간의 삶과 함께 해왔다. 부적의 일반적인 정의로는 “종이나 나무에 글씨, 그림, 기호 등을 그려 악귀를 쫓거나 복을 비는 주술적 도구”가 있다. 부적보다 광의의 개념으로는 부작이 있는데, 이는 부적을 포함하여 조개, 거울, 방울 삼지창 등 부적의 용도를 지닌 다양한 주술적 도구를 모두 일컫는다. 그래서 이를 주부(呪符)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부적을 여행권이나 호적의 의미로 사용했으며, 부(符)라고 할 때만 부적의 의미를 지닌다.
부작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며, 그 기능이나 내용은 역사 시기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원시 동굴의 암벽화로부터 현대의 차부(차사고 방지 부적)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도교나 불교 등의 영향으로 각종 문자와 상징적 그림을 동시에 사용한 것이 대종을 이루나, 도교나 불교 어느 정통 경전에도 부적은 실려 있지 않고, 부적 제작자들이 부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빌려 쓴 것이다. 허나 불교의 경우 각종 의식집에 다양한 부적이 실려 있어 민간의 수요에 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적을 활용하고 있을 알 수 있다. 부적은 신비성을 강조하는 것이기에 부적 제작자들도 그 내용을 알지 못하고 예부터 내려온 것이라 하여 그 기능만을 예기할 뿐이다.
부적은 크게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부(?邪符)와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길상부(吉祥符)로 나눌 수 있다. 벽사부는 질병부, 귀신불침부, 삼재 등의 재액소멸부 등이 있으나, 복합적인 기능을 하는 부적도 매우 많다. 길상부는 길부(길부), 몽부(몽부), 종교부 등이 있다. 이외에 부적을 집대성한 영부대사전류에서는 구체적으로 그 기능에 따라 만사대길부, 안택부, 부부.남녀애정.자손.임신부, 신수재앙부, 관직재산부, 동토 및 부정부, 선신수호부, 악신퇴치부, 이사부, 꿈부적, 영혼 및 신앙부, 육축 및 충수재해부, 사주관살부, 질병부, 안정여행부 등으로 단순 나열하고 있기도 하다.
부적의 제작은 옛부터 비전되어오는 부적집을 참고하여 만든다. 부적은 음력 정초나 삼짇날, 초파일, 단오(천중절)에 많이 쓴다. 대개 자시(밤 11시-1시)에 쓴다(그린다고 하지 않는다). 택일을 하고, 목욕재계하고, 병풍 등으로 가려 장소를 결계(結界)하여 청정하게 한 다음 부적을 그릴 단을 만든다. 청수를 들고 밖으로 나가 사방에 절을 하고, 청수 한 모금을 입에 물고 고치삼통(윗니 아랫니를 세번 딱딱 마주침)한 다음 방에 들어와 향촉을 갖춘다. 향은 신이 기뻐 내려오는 칠품명향을 쓰고 분향하는 주문을 왼다. 신을 청하는 청신주나 소원성취주 등을 왼 다음 부적을 쓴다. 종이는 괴황지(홰나무 열매로 만든 종이에 누런 물감을 들인다)나 없으면 누런 빚이 도는 창호지를 쓴다. 쓰는 재료는 경면주사를 쓰는데 이것은 땅속 깊은 곳에서 생성된 붉은 빛 돌로 가루를 내어 물이나 기름에 섞어 사용한다. 이의 효능은 양의 기운을 전부 모여들게 해서 정신의 안정과 경풍을 멈추게 하고 열을 내리며 독을 풀고 귀신이 들려 정신이 왔다갔다하는 헛소리 병자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경면주사가 없을 때는 영사(수은을 고아서 만든 약재)를 쓰는데 붓은 서필(쥐수염 붓)을 사용한다. 부적을 쓸 때는 정신을 집중하여 단숨에 써야 한다.
요즈음에 입춘에 집에 많이 붙이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것도 부적의 일종으로 입춘부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사대부 집안에서 명문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으나(조선시대 문집에는 무수히 많은 입춘부가 보인다) 오늘날에는 입춘대길 만사형통을 대문이나 문지방에 붙이는 것으로 단순화되었다. 입춘부는 길상부에 속하나 입춘에 절이나 무당집에 가서 받는 삼재부(三災符)는 벽사부에 속한다. 입춘은 24절기의 시작으로 동지, 설, 신정과 더불어 새해(봄)를 알리는 절기다. 이때 들삼재에 드는 사람이 삼재부를 받는다. 삼재는 병, 사, 장이 닿는 해를 말한다. 삼재에 들면 신병, 손재, 상패 등의 액운이 들기 쉬어 미리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생활에 부적은 아직도 남아 있어 흉을 멀리하고 길을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의 욕망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