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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의 토종벌과 토봉꾼

주제 강원도 인제의 토종벌과 토봉꾼
조사 사진, 테마

박혜령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강원도 인제의 토종벌과 토봉꾼



2009년과 2010년 사이 우리나라 전역에‘낭충봉아부패병(囊蟲峰兒腐敗病)’이라는 꿀벌 전염병이 발생하여 벌의 집단 폐사가 시작되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2013년까지도 이렇다 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채, 전 세계적으로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전부터 이 병에 따른 피해가 보고되고 있는 꿀벌 전염병이다.


청정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인제에도 2010년 308가구였던 토봉 농가가 2011년 25가구로 줄어들 정도로 큰 영향을 받는 등 전국적으로는 74.9%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꿀벌은 열매를 맺는 식물 수정의 수분 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꿀벌이 사라지면 열매를 성장시켜 수확을 하는 과일이나 채소를 키우는 농가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나아가 인류의 식량 문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종벌에 대한 조사는 사라져가는 민속에 대한 기록일 뿐 아니라 토종벌의 동물적 생태와 민속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민속지식으로서 양봉 기술과 문화적으로 벌이 어떻게 신의와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이미지화되고, 생태적 습성과 문화적 이미지화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본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사전조사를 포함하여 총 11차례, 22일에 걸쳐 현지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조사 대상지역은 인제군 북면 용대리와 월학리, 기린면 진동리, 상남면 미산리, 남면 정자리, 인제읍 원대리이다.


조사보고서 1장‘조사지와 양봉’에서는 조사지에 대한 개요와 양봉의 역사와 관련 용어를 기술하였으며, 2장‘벌의 생태와 벌을 키우는 사람들’에서는 “1군 1왕”중심의 벌 무리의 생태와 습성, 그리고 그 벌을 키우고 있는 인제의 토박이‘토봉꾼’을 소개하였다. 3장‘벌의 한해살이와 관련 도구’에서는 벌의 생태와 양봉기술을 1년을 주기로 자세히 기록하였으며, 한편 4장‘호모 심볼리언’에서는 벌과 꿀이 인간의 문화 속에서 어떤 이미지로 상징화되어 있는지, 그 과정에서 과학적 지식과 문화적 지식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였는지에 대해 기술하였다.


특히 이 사업은 2014년 국립민속박물관과 강원도가 공동으로 주관하는‘강원민속문화의 해’사업의 하나로 진행되었으며, 독특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그것을 개척한 강원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망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