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간지역 가옥과 생활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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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강원도 산간지역
가옥과 생활의 이해

강원도를 흔히 관동지방(關東地方)이라고 합니다. 서울과 함경도를 통하는 철령이 옛날에는 서울의 북쪽 관문이었기 때문에 북쪽 관문의 동쪽에 위치한다는 의미입니다. 강원도는 남북으로 태백산맥이 가로지르고 있는데 태백산맥에 가까운 산악지역은 겨울에 강설량이 많아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또한 농경지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옛날부터 사람 살기 어려운 지역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북쪽은 회양에서부터 남쪽은 정선까지 모두 험난한 산과 깊은 계곡이며 물은 서쪽 한강으로 들어간다.
화전(火田) 경작이 많고 수전(水田)은 지극히 적다."
이중환   『택리지(擇里志)』   중

이곳에 정착하게 된 이유야 제각기 다를 테지만 이곳이 살기에 그리 녹녹치 않은 곳임은 분명합니다. 낮이 짧고 밤이 길며,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기니 추위에 대비해야 합니다. 산짐승이 많아 창은 생활 필수품이고 가축도 함부로 밖에 메어 둘 수 없습니다. 농사지을 땅이 넓지 않으니 초가집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곳 사람들은 산과 나무에 의지해 삽니다. 산에 불을 놓아 화전하고, 나무 갈라 너와집 짓고, 껍질 벗겨 굴피집 짓습니다.

산간지역 가옥

사회의 기층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살림집.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이며 건축 재료에서 부터 평면 구성에 이르기 까지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민가입니다. 강원도 산간가옥도 예외는 아닙니다.

너와집

삼척 신리 강봉문 가옥 전경(1991~1993) 삼척 신리 강봉문 가옥 전경(1991~1993)
너와 상세 너와 상세

통나무나 점판암을 널빤지 형태로 만들어 지붕을 이은 집을 너와집이라고 합니다. 나무널로 지붕을 잇는 것이 일반적인데, 짚이나 기와 같은 일반적인 지붕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운 산간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느에집, 능에집, 너새집, 널기와집이라고도 합니다. 통나무를 기와널처럼 넓게 쪼개어 처마에서부터 비늘처럼 겹치게 쌓아 올리고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무거운 돌을 얹어 놓거나 통나무(너시래)를 처마와 평행으로 지붕면에 눌러 놓기도 합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너와집)

굴피집

삼척 대이리 굴피집 지붕(1991~1993) 삼척 대이리 굴피집 지붕(1991~1993)
굴피 상세 굴피 상세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두꺼운 나무껍질을 벗겨 평평하게 한 후 적정한 크기로 잘라 지붕을 이은 집을 굴피집이라고 합니다. 목재가 풍부하고 짚, 기와 등 일반 건축 지붕 재료를 얻기 어려운 강원도 산간지역 주거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나무껍질을 지붕 재료로 사용한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권55의 "판옥(板屋)에 빗소리 가득하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상당히 이른 시기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령 20년 이상 된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껍질을 밑둥치에서 3~4척 높이로 떠내는데, 나무 수액이 왕성한 7~8월 처서 전후에 속껍질을 제외한 겉껍질만 상·하로 칼집을 내어 벗겨냅니다. 5년 정도 지나면 다시 껍질이 재생되어 다음에 또 뜰 수 있습니다. 잘 마른 껍질은 평평하게 만든 후 적당한 크기로 절단해 사용하는데 가볍고 내구성이 좋아 ‘굴피천년’이라는 옛말도 있습니다. 건조한 날씨에는 굴피가 수축해 틈새가 보이지만 습기가 많아지면 굴피가 늘어나 틈새가 막히고 비가 새어 들어오지 않습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굴피집)

굴피 벗기는 이상구씨
굴피 벗기는 작업
이상구씨와 굴피가 분리된 모습
굴피 나뭇잎
굴피 벗기는 이상구 씨(삼척)와 굴피 나뭇잎(1991~1993)

겨릅집

삼척 판문리 이종석 가옥 전경(1991~1993) 삼척 판문리 이종석 가옥 전경(1991~1993)
겨릅 상세 겨릅 상세

대마의 겉껍질은 삼베길쌈으로 사용하고 남은 속대는 건축재료로 사용하는데, 이 속대를 겨릅이라고 합니다. 겨릅을 서까래 위에 얹어 지붕을 인 건축을 겨릅집이라 하는데, 저릅집, 저릅대집이라고도 부릅니다. 대마는 우리나라에 목화가 도입되기 전까지 여름철 고온 다습한 기후에 가장 적합한 옷감이었습니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데,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이미 길쌈 관련 기록이 등장하며, 해발 600~800m 고랭지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강원도 산간 화전민들에 의해 많이 재배됐습니다. 속이 빈 겨릅대에는 공기와 기포가 있어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합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겨릅집)

귀틀집

정선 숙암리 김완택 가옥 전경(1991~1993) 정선 숙암리 김완택 가옥 전경(1991~1993)
평창 장전리 박귀동 가옥 귀틀 상세(1991~1993) 평창 장전리 박귀동 가옥 귀틀 상세(1991~1993)

통나무를 옆으로 눕혀 벽체를 만들고 그 벽체가 기둥 없이 지붕의 힘을 받도록 만든 집을 귀틀집이라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 ‘방틀집(평남), ’목채집(평남)‘, ’틀목집(평북), ‘말집’(평북), ‘투방집(울릉도), ’투막집‘(울릉도)으로도 불립니다. 『후한서』 「동이전」에 ’집을 짓는데 나무를 횡으로 놓아 감옥처럼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어 매우 오래된 주거 형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통나무의 양 끝에 홈을 파서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서로 엇물리게 포개어 벽체를 만들고, 나무와 나무 사이의 틈은 진흙으로 발라 메웁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귀틀집)

양통집

방들이 2줄로 배열되어 있는 집을 양통집 또는 겹집이라고 하며 주로 관북지방에서부터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분포되어 있습니다. 태백 산간 지역 민가들은 대체로 부속채가 발달되지 못하고 모든 주거 공간이 한 채에 집중되어 있는데, 낮이 짧고, 겨울이 긴 산간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해 온 결과입니다. 평면 구성을 보면 전면은 봉당을 중심으로 정지와 외양간이 흙바닥으로 되어 있으며 후면은 마루를 중심으로 큰방과 상방 등 주거 공간이 배열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삼척 대이리 이종옥 가옥 양통집 평면 삼척 대이리 이종옥 가옥 양통집 평면

까치구멍집

삼척 대이리 굴피집 까치구멍(1991~1993) 삼척 대이리 굴피집 까치구멍(1991~1993)

까치구멍집이란 지붕 좌우 끝에 생기는 합각 부분을 까치가 드나들 정도로 작게 만들고 환기가 되도록 열어둔 집을 말합니다. 강원도, 경북, 전북 등 주로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분포하는데 방들이 2줄로 배열되는 폐쇄적 평면인 겹집에 주로 나타납니다. 까치구멍은 집 안에서 나오는 연기를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정지(부엌)나 코클 구멍에서 나온 연기가 까치구멍으로 배출됩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까치구멍집)

봉당

봉당의 의미와 형태, 위치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태백산맥을 따라 산간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겹집(양통집)에서는 내부에 있는 흙바닥 공간을 봉당이라고 부릅니다. 겨울이 추운 산간지역에서는 낮 시간이 짧고 적설량도 많아 고립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자연히 내부 생활의 비중이 커집니다. 봉당은 외부활동 일부를 내부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으로 지역의 환경적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봉당)

강봉문가옥 봉당 강봉문가옥 봉당

산간지역에서의 생활

코클

삼척 대이리 이종옥 가옥 코클(1991~1993) 삼척 대이리 이종옥 가옥 코클
(1991~1993)
삼척 대이리 굴피집 코클(1991~1993) 삼척 대이리 굴피집 코클
(1991~1993)
삼척 신리 박정호 가옥 코클 조사 야장(1991~1993) 삼척 신리 박정호 가옥 코클 조사 야장
(1991~1993)

산촌이나 농촌 가옥에서 조명과 부분 난방을 위해 안방이나 사랑방에 반원통형 또는 반원뿔형으로 설치한 시설을 코클이라고 합니다. 코클의 명칭은 생김새가 사람의 콧구멍과 비슷하다 하여 ‘코굴’이라고 부르던 데서 유래합니다. 주로 안방 또는 사랑방 모서리에 설치되는데, 연료는 초와 기름이 귀하던 시절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관솔(송진이 엉긴 소나무 가지나 옹이)을 사용했습니다. 코클의 연기는 밖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굴피나 너와가 건조하게 유지되도록 해주며, 각종 벌레를 퇴치해 굴피나 너와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는 역할도 합니다. 방안에서 새끼를 꼬거나 가마니를 짤 때 코클이 꼭 필요했으며, 특히 겨울에 코클의 온기로 무릎을 따뜻하게 하여 삼실을 무릎에 올려놓고 삼베를 삼았다고 합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코클)

화창(두등불)

삼척 신리 김진호 가옥 화창(1991~1993) 삼척 신리 김진호 가옥 화창(1991~1993)

부뚜막과 봉당 마루 사이 벽에는 화창을 두고 관솔불로 조명을 하여 야간작업에 대비합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하루 일과를 밭에서 보내고 해가 진 후 수확해 온 밭작물을 봉당에서 손질하고 다듬었습니다. 그러므로 부엌의 부뚜막 벽에 설치된 두등불(화창)은 봉당에서 야간 작업을 하는 데 필수적인 조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티

불씨로 사용할 숯덩이를 재에 묻어 두기 위해 봉당이나 정지(부엌)에 설치한 고정형 화로를 말합니다. 산간이나 추운 지역에서는 봉당에서의 활동이 많았기 때문에 보온을 위해 주로 봉당에 화티를 설치했습니다. 그러나 봉당을 잘 활용하지 않거나 부엌에서 불씨와 재를 많이 생산할 경우 부뚜막 옆에 화티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형태는 가옥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체로 불씨를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바닥을 깊게 파고, 재가 흘러나오지 않게 아래에 턱을 만들었습니다. 화티의 불씨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거나 코클에 관솔불을 켤 때 이용됐고, 대청마루 아래 저장 구덩이에 있는 감자 등이 얼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화티)

삼척 신리 김진호 가옥 화티(1991~1993) 삼척 신리 김진호 가옥 화티(1991~1993)

산멕이

삼척 신리 장덕순 가옥 산멕이 신체(1991~1993) 삼척 신리 장덕순 가옥 산멕이 신체(1991~1993)

산멕이는 산과 관련된 신앙으로 전국에 널리 분포해 있는 보편적인 산간 신앙과는 달리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전해지는 독특한 신앙 의례입니다. 산멕이기, 산메기 등으로 불리고 호랑이로부터의 피해를 막는다는 의미에서 ‘산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문자 그대로 산에게 무엇인가를 먹이는 신앙으로 산을 대접하는 것인데, 지금의 산메기는 조상을 대접하고 자손의 복을 기원하려는 의미가 지배적으로, 산신과 삼신 그리고 조상이 복합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산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