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신리마을 너와 장인 김병식
김병식씨는 삼척 신리 마을 토박이로 10대 때부터 너와집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는 신리 정보화 마을에 있는 너와집이나 김경국 가옥을 옮겨짓는 일부터 문화유산 공사까지 크고 작은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물레방아에 관해서는 내로라하는 교수나 박사도 자문을 구한다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할 만큼 이 분야에 기술과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배웠냐고 물으니 ‘집’ 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어렸을 때 마을에 집 짓는 일이 생기면 마을 사람들이 품앗이를 했는데 15살이 되면 벌써 그 일을 하러 다녔다고 합니다. 그때 집을 요리 조리 뜯어보며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 지을 수 있을지 스스로 공부했다고 그는 말합니다. 김병식씨에게 너와집 만드는 과정을 들어봅니다.



품위 있는 너와집 만들기
나무 고르기
너와 만들기에는 춘양목(적송)이 가장 좋습니다. 춘양목은 송진이 많고
잘 썩지 않습니다. 특히 응달에서 자란 나무는 가지가 없고 길어서 너와
만들기에 딱입니다. 정월에 소나무 잎에 눈이 많이 쌓이면 나무가
한쪽으로 넘어가는데 꺾이는 부분에 나무 결이 일어납니다. 이 때 나무
결이 잘 일어나면 너와 켜기 좋은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입동이
지나면 나무에 물이 빠지고 입춘이 되면 나무에 물이 올라가는데, 나무에
물이 오르면 벌레가 잘 먹어 나무가 힘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돈이 많은
사람들이 한옥을 잘 지으려면 입동이 지나고 입춘 전에 나무를 베고
껍질을 벗겨 말립니다.
너와 켜기
길이가 60~70cm 되는 통나무에 쐐기를 박아 너와를 켭니다. 느릅나무로 5~6치 되는 쐐기를 만드는데, 쐐기 한쪽을 칼같이 얇게 깎아 불에다 살짝 그을리면 야물어집니다. 그 다음 한 치가 조금 넘는 간격으로 통나무에 쐐기를 박고 도끼로 쐐기를 교대로 때리면 너와가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너와를 마당에 차곡차곡 쌓아 말립니다.


터 잡기, 날 잡기
집을 지으려면 지혈법도 알아야 되고 생기도 맞춰야 합니다. 터를 고를 때는 땅의 모습을 잘 봐야 하는데, 그에 따르면 용혈도 괜찮고 천혈도 괜찮은데 귀혈은 나쁘다고 합니다. 그렇게 터를 잡으면 천화일(天火日)을 피해 집을 짓습니다. 천화일은 1ㆍ5ㆍ9월은 자일(子日), 2ㆍ6ㆍ10월은 묘일(卯日), 3ㆍ7ㆍ11월은 오일(午日), 4ㆍ8ㆍ12월은 유일(酉日)로, 이날에 상량(上樑)을 하거나 지붕을 이면 불이 난다고 합니다.
너와 이기
너와를 이을 때는 비슷한 크기의 너와를 찾아 간격을 맞춰 가지런하게 이어야합니다. 아랫장과 윗장의 너와가 반씩 엇갈려야 하는데 크기가 비슷한 너와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크기가 다르더라도 간격을 1~2cm 띄웠다 붙였다 하며 이어야 가지런한 모양새가 됩니다. 삐뚤빼뚤 비틀린 너와는 여간 실력 있는 목수가 아니면 잘 이지 못합니다. 이런 너와를 잘못 이으면 아래쪽이 덜렁 들려버립니다. 아래위 비틀어진 모양에 따라 구배를 잡아 이어야 진짜 품위 있는 너와 지붕이 됩니다.
너와를 교체할 때는 한 번에 다 새것으로 교체하는 게 아니라 일부만 썩은 너와도 재사용 합니다. 겹쳐진 안쪽만 썩은 너와를 돌려 새것과 섞어서 쓰면 지붕이 하얗고, 까맣고 희한해 보이는데 그게 또 보기에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 너와를 교체해야 알뜰하게 너와를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너와를 다 이고 나면 너시래를 얹습니다. 너새를 깔았다고도 말하는데 너와가 날아가지 않게 긴 나무로 눌러주는 것을 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