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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주제 청바지
조사 사진, 테마

강경표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민속박물관 청바지 프로젝트_ 조사에서 전시까지



청바지로 본 세상 : 청바지로 세계 문화 읽기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13년부터 인류의 생활을 관통하는 ‘물질’을 중심으로 하는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 첫 주제는 ‘청바지’이다. 160여 년 전 미국 서부에서 광부들을 위한 작업복으로 만들어진 이후,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치며 세계 각지에 퍼져나갔고 매년 18억 여장(약 540억달러) 이상이 팔려나가며 어느덧 인류의 두 다리를 감싸고 있는 청바지. 문화권마다 국가마다 지역마다 개개인마다의 관습과 사연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용하여 이용하고 있는 청바지. 이 청바지를 통해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소개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청바지’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왜 청바지 인가?

청바지의 시작은 광부들의 ‘질긴 옷’이라는 기능적인 출발이었다. 이후, 시대에 따라 노동·젊음·자유라는 이미지를 획득하게 되었고, 문화권마다 다른 방식으로 수용하며 금기시 되는 ‘물질’이 되기도 하였으며, ‘섹시함’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인도 칸누르 지역에서는 부녀자가 청바지를 입으면 ‘몸 파는 여성’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금기시 되고 있으며, 브라질에서는 파티에서 몸매를 뽐내고 이성을 유혹하는 아이템의 하나로써 청바지를 입는다.
한국에서도 1950년대에 도입된 이래로 청바지는 한때 불량함의 상징이기도 하였고,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젊은이들이 멋을 드러내기 위해 선망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교복 자율화와 함께 학생들이 입는 단정한 옷의 표본이 되기도 하였고, 누구나 산에 갈 때 입는 등산복으로서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가 최근에는 쏟아지는 아웃도어룩에 등산복으로서의 지위를 빼앗기기도 하였다. 누군가에게는 단정치 못하여 ‘입어서는 안 되는 옷’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젊은 날의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첫 사랑 같은 옷 청바지. 여전히 값이 싸고 질겨서 오래 입을 수 있기에 청바지를 구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몸매를 살려준다는 이유,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이유 등으로 100만원이 웃도는 ‘프리미엄 진’을 즐겨 입는 사람도 있다.
미국문화의 상징이었던 청바지가 저항과 투쟁의 상징이 되기도 하여,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스타벅스 커피를 들은 채 반미 촛불시위에 참석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청바지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상징을 입어가며 우리의 삶에 깊숙이 자리매김했다. ‘인류의 생활을 관통하는 물질, 청바지’, ‘인류의 제2의 피부The Second skin’라 불리게 된 청바지를 통해, 세상과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질기고 튼튼하게 담아내어 2014년 7월 민속지 ‘청바지, Blue Jeans’를 발간하였다.


청바지 조사, 전시

청바지 현지조사를 위하여 조사팀은 총 3차례에 걸쳐 영국과 독일, 미국 서부, 그리고 인도와 일본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다. 1차 현지조사(2013년 3월 18일~3월 29일)는 영국과 독일에서 진행하였는데 영국에서는 런던대학의 다니엘 밀러 교수를 만나 그의 글로벌 데님의 연구 성과물 활용에 대한 논의를 하였고, 그의 팀을 소개 받아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독일의 부텐하임에 있는 리바이 스트라우스 박물관을 찾아가 청바지 특별전을 위한 업무협의를 하고, 소장 자료를 파악하였다.
2차 현지조사는 미국 서부에서 2013년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18일간 진행하였다. 미국 조사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청바지의 보편성과 편재성(遍在性)에 기인하여 행해지는 미국 기업의 청바지 활용 공익 캠페인(Denim Drive)에 대해 기록하는 것이고, 둘째는 샌프란시스코의 리바이스 본사에 있는 박물관을 방문하여 2014년에 치를 청바지 특별전을 위한 업무협의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셋째는 청바지 시장에서 최근 새로운 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프리미엄 청바지’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특히 LA 소재 주요 프리미엄 청바지 회사의 대표가 재미교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새로운 현상으로서의 프리미엄 청바지 소비 현상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청바지와 관련한 면담 조사를 실시하고 청바지를 기증받았다.
3차 조사는 인도와 일본에서 2013년 11월 18일부터 12월 19일까지 32일간 진행하였다. 인도 현지조사는 한 국가 내에서 공존하는 청바지에 대한 선망과 금기 현상에 대해 기록하는 조사였다. 새로운 문물을 접할 기회가 많은 도시 뭄바이의 청바지 선호 현상과, 전통을 유지하며 살아오고 있는 칸누르 지역의 청바지 금기 현상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신문물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는 도시 뭄바이 사람들은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전통적인 것이 아니기에 꺼리는 일부 노년층이 있지만 이들도 자녀들의 청바지 착용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조사자는 이러한 뭄바이의 청바지 선호 현상을 ‘영화, 교육, 도시’라는 세 가지 요소, 그 중에서도 ‘국민 취미’라 할 수 있는 ‘영화 감상’, 그리고 그 안에서 다뤄지는 청바지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뭄바이의 청바지 선호현상에 대한 민족지를 집성하였다. 뭄바이와는 반대로 청바지 착용을 금기시하는 인도의 남부 케랄라 지역 칸누르에 대한 현지조사도 실시하였다.
칸누르 사람들은 ‘청바지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을 하면 기본적으로 청바지를 입지 않는다. 2014년의 칸누르는 여전히 청바지 착용률이 낮기는 하지만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고 있었다. 여전히 시골 지역 기혼여성의 청바지 착용은 금기시 되는 분위기 이었으나, 미혼여성과 도심지역의 여성들은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상의와 함께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또한 기혼여성의 경우에도 ‘자기 동네’를 벗어나 여행을 가거나, 지인을 만나러 갈 때는 가방 속에 청바지를 챙겨가서 입는다.
일본에서는 ‘일본 청바지의 탄생지’인 오카야마 현 쿠라시키 시 고지마를 찾아 청바지를 활용하여 도시를 명소로 만들어 가는 사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청바지 박물관에 찾아가 청바지 전시를 위한 업무협의를 하였으며, 일본 청바지의 탄생 공간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문화상품화 하고 있는 그들의 문화정책과 추진현황 그리고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성과에 한국 조사 내용을 더하여 세계 청바지 문화사를 집성할 수 있었다. 또한 청바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무형 자료와 이에 얽혀 있는 우리의 감성 체계 분석을 통하여 전시 방향을 설정하였다. 이윽고 청바지를 통하여 본 세상을 전시장에 펼칠 수 있었다.
조사, 수집, 전시, 교육을 유기적으로 진행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물질문화 연구 사업은 지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