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 특구 외국인노동자 살림살이

한국사람 보다 뼈다귀해장국과 제육볶음밥을 더 좋아하는 루안은 2005년 처음 한국에 왔다. 루안의 고향은 스리랑카 칼루타라(KALUTARA)로 해안가에 있는 도시이다. 루안은 스리랑카에서 3~4년 벌 수 있는 돈을 한국에서는 1년이면 벌 수 있다는 말에 주저 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닭고기회사, 자동차부품회사, 박스 만드는 회사 등 한국에 있는 동안 많은 공장에서 일을 했다. 2011년 비자갱신을 위해 2년 정도 스리랑카에서 머문 것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생활한지 7년이 되었다. 현재(2014년 7월 기준)는 안산 CNC 선반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주거지는 안산시 원곡동 원곡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원룸에서 생활한다. 원룸은 회사에서 제공한 숙소로 혼자 생활하다가 조사가 진행됐던 2014년 08월에는 같은 고향에서 온 친구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가족은 아내 밀라니(여, 1985)와 아들 네뚬(남, 2013)이며, 스리랑카에 있다. 아들 네뚬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한국으로 오게 되어, 시간이 날 때마다 아들의 사진을 보거나, 화상통화 등을 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다. 루안은 1980년 1월 18일 출생했다. 그의 고향인 칼루타라는 해안가에 있는 도시로 어릴 때부터 바다가 놀이터였다. 친구들과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만지고 놀거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노는 것이 전부였다. 그 덕에 수영은 지금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자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루안은 20살 되던 해 스리랑카에 있는 그래픽회사에 취직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컴퓨터에 관심이 생겼고, 적성이라 생각했다. 첫 직장에서는 3년 동안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했다. 그 후 고향에서 핸드폰가게를 개업했으나 불경기로 2년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일을 찾던 루안은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는 친구들을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연락을 하며 정보를 얻었고, 2004년에는 3개월 비자를 받아 말레이시아에서 잠깐 일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하는 일이 위험했고, 수입 또한 너무 적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약 2달 정도 일을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일이 경험이 되어 곧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러던 중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일을 하면 스리랑카에서 3~4년 동안 벌 돈을 1년 만에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생소한 나라였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스리랑카 정부에서 운영하는 인력사무실을 통해 2005년 8월 20일에 한국으로 왔다. 2005년부터 2011년 10월까지 동두천과 안산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했다. 2011년 10월에는 비자갱신 문제로 다시 스리랑카로 출국했다. 외국인노동자 취업비자 기간은 4년 10개월이다. 스리랑카에서 2년 동안 있으면서 아내 밀라니와 결혼했다. 아내 밀라니와는 같은 동네 살아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 스리랑카로 돌아온 후 좋은 감정이 생겨서 만났고, 1년 뒤 2012년 8월 19일에 결혼했다. 스리랑카에서 혼인 적령기는 보통 25~26살 정도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30살 넘어서 결혼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현재 부인 밀라니는 시부모님과 시동생과 함께 살고 있으며, 2013년에 태어난 네뚬을 키우고 있다.

종교 활동_ 절

스리랑카에서 한국에 취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어시험을 통과해야하고, 여러 번의 인터뷰를 거친 후에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루안이 2005년 처음 한국으로 오기 위해 치른 한국어 시험은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두 번째 올 때는 처음보다 한국어 시험도 어려워졌고, 한국 공단지원이나 노동부 직원과의 인터뷰를 통과해야 했다. 그러나 인터뷰 통과가 끝이 아니라, 한국 공장에서 요청을 받은 사람만이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 루안의 경우 2005년 처음 한국으로 올 때 시험을 통과 후 3개월 만에 한국으로 왔지만, 2013년에는 시험허가 인터뷰를 끝내고 1년 뒤에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스리랑카 현지에서는 브로커를 통하면 더 빨리 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브로커를 통해서 오는 사례는 없다.

시험 통과 후 받은 D3 비자는 산업연수생비자로 3년 동안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다. 한국에 와서 처음 일하게 된 곳은 의정부 동두천에 있는 한 닭고기 회사이다. 일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낯선 한국에서 생활하기 쉽지 않았다. 그곳에는 약 8개월 정도 일을 한 뒤 2006년 안산시 시화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는 루안처럼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과 자연스레 친구가 됐고, 그 친구의 도움으로 빨리 회사생활에 적응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4년 정도 일을 하다 보니 비자만료일이 다가왔으나, 회사의 동의를 받아 비자 기간을 3년 연장할 수 있었다. 2010년에는 안산의 다른 공장으로 재취업을 했다. 그곳은 박스를 만드는 회사였고, 약 1년 정도 일을 한 뒤 비자기간이 만료되어 2011년 10월 스리랑카로 귀국했다. 귀국 후 2012년 말부터 준비했던 한국행은 2013년 11월이 돼서야 올 수 있었다. 1년 만에 온 한국에서 처음 일을 했던 곳은 울산 현대중공업이었다. 그곳은 루안의 친구가 이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일은 생각보다 너무 위험하고 힘들어 매일 밤마다 파스를 붙이지 않고는 잠을 들 수 없을 정도로 고되었다. 임금은 135만 원 정도 받았고, 야근이 없었기 때문에 추가로 소득을 벌 수 없어 4개월 정도 일은 한 뒤 안산의 CNC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친구로 사귀게 되었다. 루안이 안산으로 다시 가게 된 이유는 비교적 한국에 있는 동안 오래 살았고, 친구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또 쉬는 날이 되면 다문화거리에 있는 자주 가던 스리랑카 식당에서 전통음식을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안산에서 다녔던 불교사원 때문이다. 울산에 있으면서도 쉬는 날이 되면 안산에 있는 불교사원으로 법회를 다녔다. 루안은 당시 불교사원에서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울산과 안산을 일주일에 한번씩 오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결국 루안은 불교활동과 정신적으로 마음이 안정되는 안산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2014년 4월에 안산의 CNC선반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현재 다니고 있는 이곳은 주야간 교대로 일을 하고, 주간 근무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잔업이 있는 날은 저녁 8시까지 일을 한다. 근무수당은 기본급 110만원에 연장근무를 하거나, 휴일 출근을 할 경우 수당이 더 붙는다.

친구 화상통화

안산에서 다니고 있는 회사는 주〮야간 2교대로 2주간 근무한다. 주간일 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씻고, 가장 먼저 ‘부두만두라’(부처상)에 있는 물을 깨끗한 물로 갈아준다. 그런 다음 절을 올린다. 아침식사는 거의 하지 않지만, 보통 밥보다는 근처 떡집에서 파는 떡으로 해결한다. 떡은 간편히 먹을 수 있고, 다른 것보다 배도 부르기 때문에 식사대용으로 자주 사먹는다. 출근 준비를 마친 뒤 집에서 나오면 7시 10분쯤 된다. 출퇴근은 버스를 이용하는데, 집 앞에 있는 원곡초등학교 정류장에서 11번 버스를 탄다. 버스를 이용한 출퇴근 이동시간은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 주간 근무일 때는 주로 7시 15분까지 버스를 타야 회사 출근시간이 늦지 않는다. 야간일 때는 저녁 8시 반쯤 버스를 탄다. 주간 근무는 8시부터 6시까지 일을 하고, 야간은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에 퇴근한다. 주 5일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휴식을 취한다.

루안은 태어날 때부터 부처님을 향해 절을 하고, 기도하는 것이 믿고, 기도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스리랑카에 있을 때도 항상 아침에 일어나서 절을 했고, 주말에는 법회에 참석해 기도를 한다. 한국에 와서도 종교생활은 이어졌다. 방의 좌측 벽 상단에 마련된 ‘부두만두라’는 불상 주변으로 깨끗한 물과 꽃이 올려져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거나 몸을 깨끗이 씻은 뒤 부두만두라에 있던 물을 깨끗한 물로 갈아준다. 그런 다음 절을 하고, 기도를 드린다. 보통 출근하기 전,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서 절을 한다. 주말에 집에서 쉴 때는 하루에 3번 절을 한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절에 갈 수 없을 때는 이렇게 자신이 사용하는 방 상단에 만들어진 ‘부두만두라’를 향해 절을 한다. 루안은 보통 주말이 되면 월피동에 있는 스리랑카 불교사원(마하매우나워)에서 하루를 보낸다. 토요일 오전이 되면 원곡동에 있는 친구들과 만나 가까운 스리랑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함께 월피동에 있는 사원으로 간다. 주말이지만 사원에는 이미 도착한 친구들도 있고, 사람이 없어도 저녁 시간이 되면 한, 두 명씩 모인다. 정식 법회는 일요일 오후 4시이며, 사원에 예불을 드리러 전국 각지에서 온다. 예불은 스리랑카에서 온 2명의 스님이 번갈아가면서 기도를 드리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한다. 법회가 끝나면 루안은 친구들과 함께 예불, 불교 행사 등에 상의하기도 한다. 현재의 불교사원은 스리랑카 외국인노동자들이 헌금 등을 통해 월세 및 각종 비용 등을 운영하고 있다. 월세도 100만원에 이르러 적지 않은 비용이다. 부처상도 스리랑카에서 제작해서 한국으로 운반하여 현재의 사원에 봉안하였다. 루안은 한국에서 생활 중 이곳을 가장 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곳으로 여긴다.

종교 활동_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