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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신도시 살림살이

주제 왕조용·김미라 가족의 살림살이
조사 살림살이 이야기, 공간과 살림살이, 통계, PDF

한국에서 대만인으로 살아가기

대만인과 한국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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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30여 년 전, 중국의 산둥성(山東省) 지방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1한국 땅에 들어와서 현재까지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인천의 화교들은, 대부분 대만 국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 정부에서 대만정부만을 중국 합법정부로 인정을 하였기에 인천 화교들은 국적을 대만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2 그리고 그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인천 땅에서 살고 있다. 조선드림을 안고 바다를 건너온 1세대 화교의 자손들은 어느덧 5대째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가정을 이루고 슬하에 자녀까지 둔, 이른바 ‘원주민 화교’의 수가 중국에서 건너왔던 이주민 화교의 수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 드라마 ‘여로’와 ‘전원일기’를 보며 살아왔고, 이미자와 조용필 노래를 부르며 살아왔다. 이들도 한국인과 같이 세금을 내고 있으며, 이들의 자녀들도 또래의 한국 아이들처럼 빅뱅과 소녀시대, 아이유를 좋아한다. 더욱이 지난 2006년에는 지방선거권까지 주어졌다. 이쯤 되면 ‘한국 내 유일한 타민족, 타민족 사회’라할만하다. 본적은 중국, 국적은 대만, 주소는 인천인 우리 이웃인 것이다. 왕조용·김미라 가족 역시 위와 같은 양상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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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한국에서 대만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따르는 불편함이 있다.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따르는 불편함이다. 과거 부동산 소유가 불가능하다던가, 외환거래가 불가능하다던가 하는 불편함이 아니다. 이는 생활인으로서의 불편함이다. 핸드폰 구입, 인터넷 홈페이지 회원가입, 입·출국시의 번거로움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 현재 인천의 화교들이 보유한 비자는 F5비자(영주권)이다. 3 영주권이 생겨서 비자갱신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영주권이 있기에 한국에 지속적으로 산다는 보증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생활 편의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대리점에서 핸드폰을 구입할 수는 있지만, 공짜폰은 살 수 없다. 외국인 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4 인천의 화교들은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한국 국적 없이도 영원히 국내에 거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에서 이러한 영주권은 증빙자료 없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가능하긴 하지만 번거로운 일이다. 5 인터넷 홈페이지 회원가입 역시 이와 마찬가지 이다. 가입 조건은 된다. 그러나 가입 진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 화교들은 이를 포기하고 한국인 엄마나, 친척의 명의를 이용해 사용한다. 인천의 화교들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본국인 대만에서도 불편한 점이 있다. 바로 입국 시에 비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화교들은 이 부분에 있어서 불쾌하게 생각한다. 본국에 가는데 비자를 제시하라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한국사람은 무비자로 대만에 들어간다. 그런데 정작 대만사람인 화교들은 비자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비자 갱신의 번거로움 때문에 기분나빠 하는 것이 아니다. 베트남의 화교들도 대만입국 시 무비자로 통과한다. 심지어 외국인인 한국 사람도 그러하다. 왕조용·김미라 가족의 집에는 증명사진과 여권, 비자 등을 여러 곳에서 다량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증명사진은 국적이 대만인 왕조용, 왕관예, 왕관위의 것이 대부분이다. 김미라 가족이 증명사진을 자주 찍는 이유는 첫째, 해외여행을 자주 가기 때문에 여권을 재발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권에 필요한 증명사진이 항상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대만입국을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일정시기마다 비자 갱신용 사진을 많이 찍었기 때문이다.



곡사충 손덕미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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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국적·한국국적

한국에서 생활하기에 대만국적보다 한국국적이 더 편리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많은 화교들은 여전히 대만국적을 유지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본국에 대한 미련이다. 그 동안 F2비자일 때도 견뎌왔는데 이제 영주권인 F5비자가 생겨나면서 한결 생활이 나아져 굳이 바꿔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부모 세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들은 ‘필요하면 바꿔라.’는 입장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전히 부모가 살아 계시는 동안 쉽게 국적을 바꾸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두번째 이유는 자녀들 때문이다. 1997년 국적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의 국적을 따르게 되어 있었다. 즉, 화교아빠가 자녀를 낳으면 그 아이는 자동적으로 대만 국적이 되는 것이다. 만약 아빠가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면, 아이도 한국 국적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화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조심스러워했다. 실제로 왕조용은 3~4년 전에 사업상의 이유로 한국 국적 취득에 대해 고민하였다. 부모의 동의도 받았고, 마음의 준비도 마쳤다. 그러나 아이들이 걸렸다. 어차피 이 아이들은 한국에서 살아갈 것이고 대만국적보다 한국 국적이 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 한켠이 개운치 않았다. 결국, 막내 관위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결정을 미루기로 하였다. 법 개정으로 만18세가 되면 아버지의 국적과 상관없이 본인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자녀의 국적을 결정지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 본인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고자 하는 화교 아버지의 배려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본인은 국적을 변경하고 싶지만 자녀를 위해 기다려 주는 화교 아버지들이 많다.



화교학교 생활

화교 학교

현재 관예와 관위가 다니는 학교는 화교학교로써, 인천에 있는 화교들은 모두 이 학교를 거쳐서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인천 화교학교이다. 유치원 과정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모두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고등학교 3학년 졸업할 때까지 같은 학교에서, 같은 친구들과 공부를 한다. 보통 한국의 학제처럼 초등학교 과정이 끝나면, 졸업식과 입학식이라는 과정을 거쳐 상급과정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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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학제

현재 관예는 고등학교 2학년, 관위는 소학교(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국의 학교는 3월에 새학기가 시작되고 8살에 초등학교 입학을 한다. 그러나 화교학교는 7살 여름에 입학하고, 8월 말에 새학기가 시작된다. 한국 학교를 다니는 아이보다 화교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반 년 빠른 셈이다. 따라서 조사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던 6월에 관예는 고등학교 1학년 2학기였으며, 관위는 소학교 5학년 2학기였다. 그러다 조사를 마친 9월에 새 학기가 시작하면서 한 학년씩 올라갔다. 6 이러한 시간리듬의 차이는 아이들의 사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화교학교 학생들은 한국학교 학생들이 다니는 일반 학원을 다니기가 쉽지 않다. 교과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학년이 엉켜서 진도가 맞지 않고, 시험기간이 달라 집중교육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관예와 관위를 위시한 화교학교 학생들은 교과 과정의 경우, 사교육보다는 학교교육에 집중한다. 그리고 소규모 그룹의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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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교육

화교학교는 대만의 지원을 받고, 대만의 학제를 따르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지만, 학교에서 만큼은 ‘진짜 대만인’이 된다. 중국어를 사용하고, 대만의 교과서와 참고서로 공부를 한다. 노트 역시 한자쓰기에 적합한 ‘세로쓰기’ 노트를 사용한다. 대만의 교육을 받으면서, 한국에서 살고 있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 우선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노트 등의 학용품을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다. 이는 학교에서 일괄 구매하여 제공한다. 일 년에 두 번 내는 수업료에 교과서와 노트(세로쓰기 노트, 일부 학습노트) 구입비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집 역시 대만의 것을 사용 한다. 그러나 한국의 서점에서는 구입할 수가 없다. 서울 명동의 화교학교 근처에 있는 서점에서만 구입할 수있다. 학교 수업은 중국어로 진행된다. 따라서 중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화교학생들은 입학 전에 기초적인 중국어 공부를 미리한다. 왕조용·김미라 부부 역시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들에게 중국어 책을 꾸준히 읽게 하였다. 따로 공부를 시키지 않으면 중국어를 습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 방 책꽂이에는 어린 시절부터 읽었던 중국어로 된 동화책, 만화책, 소설책 등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대만은 최근 중국과 같은 간체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과 같은 한자(번체자)를 사용한다. 그러나 화교 학생들은 한자를 한국말로 읽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중국어로 읽는 법만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한자를 읽고 쓰는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한자 쓰기 연습을 하는 교재가 따로 있고 정규수업시간에 서예시간을 배정하여 중국어 능력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서예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 관예네 집에는 붓글씨를 쓰기 위한 도구들이 집안 여기저기에 보관되어 있다. 연적, 벼루, 먹, 붓 등이 이에 해당된다. 대부분 대만에서 생산된 것이다. 왕조용・김미라 부부가 대만이나 중국에서 구입을 해 준 것도 있지만, 친척들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있다. 화교학교를 다닌 사촌 형제들이 졸업하면서 물려준 것들이다.



화교학교 개교기념일,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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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

학교에서는 한국어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대만의 학제를 따르더라도 현지의 특수성을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이다. 화교학생들은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어를 배우는 교과서는 ‘한어(韓語)’이다. ‘국어(國語)’교과서는 ‘중국어’ 교과서이다. 학생들은 대만 사람이고, 대만식 교육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에 노출되어 생활하는 시간이 더 길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아이들은 한국어가 더 익숙하고 편한 면도 있다. 중국어는 학교수업 이외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관위의 경우, 현재 속독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는 김미라의 교육방침이다. 학교와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터득하였지만,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만큼 자연스럽게 발음하고 글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험은 한국 학교와 같다. 한 학기에 두 번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본다. 시험지는 한국의 학교처럼 B4 갱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컴퓨터 채점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선생님이 직접 채점을 한다. 채점을 하는 방식이 한국과 다르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보통 문제의 답이 맞았을 때 ‘O표’를 사용한다. 그러나 화교학교에서는 맞았을 때 ‘/’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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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한국 학교의 여름방학은 잠시 쉬어가는 의미인 반면, 화교학교를 다니는 관예와 관위에게 여름방학은 한 학년을 마무리 하는 과정이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한 학년 진학한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다. 새 학년으로 올라가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계획을 짠다. 형 관예는 관위의 공부를 도와주는 동시에 감독관을 자처하기도 하였다. 방학이 되면서 김미라의 일상도 바뀌었다. 왕복 1시간 정도 소요해서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지 않는 대신에,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의 점심을 챙겨줘야 했다. 대만의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한국의 학교 아이들과는 다른 학습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학교 공부를 위한 학원을 따로 다니지는 않는다. 관예는 공부방에서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걸 제외하면 집에서 혼자 스스로 공부한다. 관위는 일주일에 한 번 가정방문으로 공부하는 미술수업과 속독학원, 영어학원, 수영 수업에만 다닐 뿐 관예와 마찬가지로 학교 공부를 위한 학원은 따로 다니지 않는다. 형 관예의 감독 아래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암기한다. 관예는 방학 중에 부족하다고 여기는 화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로 하였다. 문제집은 대만의 문제집을 사지 않고, 서점에서 한국 문제집을 구입해 공부하고 있다. 관예의 ‘영어 공부방’은 원어민 영어 선생님을 중심으로 3~4명의 아이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2번 수업을 한다. 관예는 현재 한국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이미 한국어와 중국어는 잘하기 때문에, 부족한 영어를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살림살이 조사 자녀 왕관예 화교학교 농구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