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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매산리 민속지

주제 매산리
조사 매산리의 세시풍속, 사진, 영상, PDF

한해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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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산마을 허광회(남, 51, 양천 허씨 직장공파 32대손)의 부엌에선 여성들이 모여 설 차례 음식 준비로분주하다. 한 편에서는 김치, 두부, 당면, 파, 부추, 숙주나물을 다져 한 데 모아 만두소를 준비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시금치, 콩나물 등 나물을 무치고 있는가 하면 다진 고기에 계란옷을 입혀 간납을 만들고 있다. 차례 상에 특징적으로 올라가는 음식으로 ‘누르미’가 있는데 녹두 반죽을 묽게 하여 그 위에 파, 다시마, 배추를 차례로 올려 부치는 녹두전이다. 매년 허광회의 설 차례 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윤연구(여, 57, 허민욱의 처)가 시집을 왔던 30년 전 당시와 다름없이 거의 똑같이 유지가 되어왔다고 한다. 육적(고기적)을 올리는 방식도 특이한데 정육점에서 고기를 가로로 세 등분으로 잘라 달라고 따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오후 두시, 평소보다 늦은 점심식사를 한 뒤 다시 음식 준비가 시작된다. 오후 네 시 가족들이 모두 모여 떡국에 들어갈 만두를 빚는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편 뒤 주전자 뚜껑으로 모양을 내 만두피를 만들고 만두피 안에 미리 준비해 둔 소를 집어넣어 만두모양을 만든다. 과거에는 만두피를 홍두깨로 밀어서 만들었으나 요즘은 국수기를 이용하여 뽑아낸다. 큰 솥에 채를 올려놓고 그 위에 만두를 넣고 찐다. 다 찐 만두는 개수대 위에 놓고 식힌다. 만두를 빚고 난 후에는 밤을 까기 시작하고 늦은 밤까지 준비해야 할 음식들을 점검하면 설 전날 차례음식 준비가 마무리 된다. 다음날 새벽 홍성분(여, 46)이 일찍 일어나 탕국을 준비하고 6시부터 끓이기 시작한다. 아침 8시 허광회를 비롯한 허영욱, 허찬욱, 허민욱 등 집안 남성 11명이 모두 모여 유건을 착용한 뒤 차례 상 위 초 2개에 불을 붙이면 허광회의 고조부모 차례가 시작된다 8시 반 모든 진설이 마무리 되고 향을 올린다. 잔에 술을 부은 후 수저를 그릇에 세 번 구르고 숟가락은 떡국에, 젓가락은 육적 위에 올려둔다. 일동 두 번 절을 하고 술을 올린 뒤 허찬욱이 전날 미리 써둔 축문을 허민욱이 낭독한다. 축문 낭독 후 다시 두 번 절한 뒤 술을 올린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그릇에 세 번 구른 후 거두면 떡국 그릇을 닫고 다시 두 번절을 한 후 지방을 태워 없앤다. 그 뒤 허광회의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의 차례가 이어지는데 떡국과 술, 포, 숟가락과 젓가락을 새로 갈아 올리고 지방을 새로 붙인다. 나머지 차례음식은 그대로 두고 떡국과 술, 포, 수저만 갈아 올려 총 네 번의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한 번 올리는데 10분 가량 소요되는데, 고조부모와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의 차례를 모두 마치면 오전 9시정도가 된다. 차례를 마친 후에는 유건을 벗어 한편에 정리해 둔다. 허광회 외 일동은 허광회의 당숙모인 하구산마을 곽영만의 집에 준비된 차례 상에 차례를 지내러 이동한다. 곽영만의 집에서도 집안의 종손인 허광회가 향과 술잔을 올리고 허영욱의 아들 허태회가 옆에서 이를 돕는 집사 역할을 한다. 순서는 기존의 차례와 같다. 지방을 태우고 철상을 하면 집안의 어른인 곽영만에게 세배를 하는데 곽영만은 조카손주, 손주, 증손주의 손을 맞잡고 “건강하고 차 조심 하고 나는 그것 밖에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덕담을 하며 세뱃돈을 건넨다. 세배는 다시 허광회의 집에서 허영욱의 형제간, 허광회의 형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배를 하고 이에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덕담을 하며 세뱃돈을 주는데, 이는 허광회의 집 대대로 내려온 풍습이다. 세배가 끝나면 아침식사를 하고 성묘를 갈 준비를 한다. 고조부모, 조부모의 묘는 앞살이 쪽에 위치한 허광회의 복숭아밭 위쪽에 위치한다. 차리는 것은 따로 없고 함께 올라가 절을 올린다. 이후 열시 반에 보개면 상삼리 양천 허씨 선산에 위치한 허광회 부모의 묘에 성묘를 드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설 차례와 성묘는 마무리된다.



하구산 허광회댁(설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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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

매년 대보름날이면 매산리의 마을 주민들은 모여서 척사대회를 열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2014년에도 어김없이 2월 15일 주말에 맞추어 하구산마을회관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 대보름 잔치가 열렸는데, 이날 고기는 새로 이사 온 주민이 희사한 것이다. 마을회관 앞에 바비큐 그릴을 설치하고 고기를 구우면서 즉석에서 먹거나 연로한 여성 노인들은 마을회관 안에 따로 상을 두고 음식을 즐겼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주민들은 밖에서 바비큐 그릴의 불판 온도를 조절하고 부족한 반찬이나 음식을 운반해 보충하며 어르신들을 대접한다. 당초에는 회관 앞마당에서 “윷을 논다”고 하여 윷놀이를 크게 진행하려고 하였으나 2014년 올해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발병과 지자체로부터의 모임 자제 요청으로 인해 간소화하여 회관 앞마당에서 간단히 내기 윷놀이를 진행했다. 이 날 진행된 내기 윷놀이 상품은 농업용 분무기였다. 마을청년 10명이 개인전으로 참여하여 윷놀이의 진행을 시도했으나 규칙 운영상의 문제로 도중에 중단되었다. 놀이는 중단되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고 회관에 남아 음식을 함께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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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기

2014년 양력 2월은 음력으로 정오(丁午)일, 즉 말날이 세 번 들었는데 2월 4일, 2월 16일, 2월 28일이 이에 해당한다. 말날은 장을 담기 좋은 날이다. 일 년 내 이 시기를 잘 잡아 장을 담는 것은 중요하다. 소날, 말날이나 닭날은 장 담그기 좋은 날로 전년도 입동(11월 7~8일경)에 미리 쑤어둔 메주와 3년간 간수를 빼 보관해 둔 소금을 이용해 장을 담는다. 곽영만은 소날이나 말날, 닭날 등 털이 풍부한 동물의 날에 장을 담그는것은 좋지만 털이 없는 동물의 날인 개날, 용날, 뱀날은 담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한다. 특히 털이 풍부한 동물의 날 중 닭날 장을 담그면 장이 달고 맛이 좋다고한다. 우리의 보편적 세시풍속에도 말날은 손 없는 날로 장을 담가도 무리가 없는 날로 알려져 있다. 하구산마을 곽영만도 매년 손수 장을 담가 왔다가 작년과 재작년에는 장을 담지않았는데 이는 기존에 담가 놓은 장의 양이 많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콩 한말 반 정도로 메주를 쑤어 장을 담그려고 계획했다. 2월 초 장 담는 날짜를 고민했는데, 말날이 드는 날과 서울에 사는 며느리가 내려오는 시간을 고려해 2월 16일로 날을 정했다. 좋은 장을 담그기 위해서는 양질의 메주와 물, 소금이 필요하다. 메주는 작년에 직접 길러 수확한 메주콩을 쑤어 만든 것으로 두 달간 숙성시켜 둔다. 곽영만은 미리 씻어 바짝 말려둔 메주를 준비한다. 곽영만 집의 한 항아리에는 63년을 이어 내려온 씨간장이 담겨 있는데 이는 곽영만의 아들 허찬욱이 태어난 해와 때를 같이 한다. 씨간장 항아리의 간장은 소금쩍을 걸러 가며 매년 관리해온 것으로 조청이라고 비유할 만큼 매우 검고 걸쭉한 형태를 띤다. 이 간장을 새로 담는 간장에 섞어가며 새 간장을 만들어 담는다. 곽영만은 먼저 씻어서 건조한 메주를 항아리에 넣고 체에 거른 소금물을 부어 소금을 만든다. 장을 담는 처음 장독대 한편의 쟁반에 메주하나, 소금 100g, 물 한 그릇을 올려 장독신에게 장을 담그겠노라고 고한다. 그 뒤 간수를 뺀 소금 30kg 두 포대를 거르는데 쳇다리 위에 체바구니를 올리고 그 위에 천을 깔아 소금을 넣고 계속해서 물을 부어 소금물을 깨끗이 거른다. 소금물의 농도는 날달걀을 띄웠을 때 달걀이 500원짜리 동전만큼 수면 위로 뜰 정도면 적당하다하여 곽영만은 걸러진 소금물에 깨끗한 날달걀을 골라 띄워 이를 가늠해본다. 소금물이 완성되면 새로 장을 담을 항아리에 메주를 넣은 뒤 걸러진 소금물을 부어 넣고 그 위에 준비해 둔 붉은 고추와 숯, 참깨를 띄워 마무리한다.



하구 곽영만댁 장담그기(정월말날,손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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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매산리에는 과거 죽산박씨 집안의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상구산마을 박사형과 박인근 등은 매년 죽산면 시내를 지나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옥산리 비봉산자락에 위치한 문중 재실에서 한식 제향을 올려왔다. 2014년에 지낸 한식제향에는 죽산박씨 문헌공파, 연흥공파 회원 30여명이 모였으며 연흥군, 문헌공, 문정공 3위에 제향을 올렸다. 박사형은 죽산박씨 67대손, 문헌공파 19대손으로 2014년 한식 제향에서 좌집사를 맡았다. 초헌, 아헌, 종헌관이 술을 올린 뒤 포, 닭, 돼지육적 삼적을 차례로 올리는 것이 주요 순서로 각 헌작은 20분정도 소요된다. 술을 올리는 것은 각 헌관이지만 잔을 설상에 가져다 놓거나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는 것은 우집사와 좌집사가 도맡는다. 진설상에는 여섯 개의 국과 밥이 올라간다. 재실에 모인 죽산박씨 회원들은 제복을 정비하고 11시 30분에 먼저 초헌관이 술을 향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두 번 돌려 헌작한 뒤 일동 재배를 해 강신을 하고 시작한다. 그 뒤 어적을 향 위에서 두 번 시계방향으로 돌린 뒤 올리고 두 번 재배 후 축관이 독축을 시작한다. 이어 아헌이 술을 올리면 육적을 향 위에 두 번 시계방향으로 돌리고 진설상에 올린뒤 숟가락을 밥에, 젓가락을 육적 위에 올려놓는다. 종헌은 술을 올리고 닭을 두 번 돌려올린 뒤 메를 갱에 말아 숟가락으로 휘젓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어 12시 10분에 진설상 앞의 가림막을 닫고 흠향의 시간을 갖는데 이때 일동은 엎드린 자세를 취한다. 3분 뒤배례를 하고 다시 가림막을 열면 모든 순서가 끝난다. 헌관들이 모여 앉아 잔술을 음복하고 재실 밖으로 나가 축문을 태우면 이 날 한식 제향의 순서가 모두 끝이 난다.



죽산박씨 문헌공파 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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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매년 매산리 각 마을 주민들은 마을차원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나들이행사를 진행한다. 나들이의 일정은 마을 임원들이 정하며 사전에 버스를 섭외하여 당일 오전 마을회관앞에서 집결한다. 마을 구성원들은 “나들이 간다”, “구경 간다”, “구경 다닌다”, “마을에서 놀러간다”, “노인회에서 놀러간다”라는 말로 나들이를 표현한다. 하구산마을의 경우 마을 차원에서 준비한 4월 12일 경남 통영 장사도 나들이에 37명, 노인회에서 준비한 6월 10일 강원도 주문진 나들이에 36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노인회 회원들은 나들이를 가기 전 미리 고운색의 옷을 고르고 당일날 화장도 하며 나들이를 떠나는 기분을 낸다. 노인회 나들이라 할지라도 노인회 소속 인원들만 참여하지 않고 노인회 총무(이종현), 이장(홍성철), 이장의 처(안영례), 마을 총무(박노철), 부녀회장(박인숙) 등이 참여해 나들이 진행에 필요한 일을 돕는다. 마을 차원에서 미리 인절미 떡을 맞추고 나들이 도중 먹을 간식을 준비한다. 간식의 구입과 준비, 배분은 주로 마을 부녀회에서 맡는다. 나들이 때마다 마을 재량으로 마을 내 공장이나 사업체, 개인으로부터 찬조금을 받아 행사 기금의 일부를 충당한다. 보통 행선지는 노인회 임원들이 노인회 회원의 의견이나 계절을 고려해 잡지만 상황에 따라 당일 아침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당일 아침 일찍부터 늦은 저녁까지 이어지는 빠듯한 일정이지만, 한 해에 몇 번 되지 않는 행사이니 만큼 참여한 마을 구성원들 누구 하나 지친 기색이 없다. 나들이는 매산리 각 마을 사람들에 4월과 6월 농번기 전・후에 잠시 바쁜 일상으로부터 떠나는 비일상적인 시간으로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며 나들이 때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 이를 추억으로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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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초복, 중복, 말복 세 번의 복날이 있는데 각 마을별로 마을회관에서 일 년에 하루 날을 잡아 행사를 한다. 여성들이 오전부터 음식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이를 마을 구성원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다. 2014년 여름 초복은 7월 18일에 들었는데, 하구산마을 임원들은 7월18일 다른 마을에서도 행사가 있을 것에 대비해 7월 17일로 미리 날을 당겨 잡아 ‘복달임’ 행사를 준비하였다. 죽산 내 면사무소, 파출소 직원 등도 이날 행사에 참여했으며 마을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모여 차린 음식을 먹었다. 닭이나 개를 끓여 만든 국과 고기를 먹는 게 일반적인데 이 날은 허창구 노인회장이 개고기에 쓰일 재료를 희사했다. 닭고기는 하림에서 주문・배달하고 개는 도축업자를 불러 도축한 뒤 마을회관에서 여성들이 함께 손질, 조리했다. 복날에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은 더운 여름날 기력을 보충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연로한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마을 구성원들이 함께 모인다는 공동체적 의의를 지닌다



개인소장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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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렵

7월에서 8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매산리 주민들은 복날 음식을 해먹는 것과는 별개로 뱅골약수터나 청미천 일대에 모여 생선국수나 닭고기 등을 준비해 나눠 먹는다. 장광저수지에서 뱅골약수터로 올라가기 전, 나무가 우거진 한적한 장소는 더위를 피해 음식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2014년 천렵은 7월 27일 장광수리계 주최로 이루어졌다. 이번 해에는 한평마을의 계원(부녀자)들이 주축이 되어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마련했다. 이 날 모임에는 30여명이 참석했으며, 한 해 농사와 마을의 다양한 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더위를 식혔다. 한편 청미천변도 천렵하기 좋은 장소로 자리매김해왔다. 하구산마을 김종구는 어린 시절 청미천변에서 또래들과 함께 천렵을 즐겼던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을 되새긴다. 하구산마을 홍성철도 매년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무더위를 피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홍성철이 애용하는 천렵 장소는 청미천 부근 고속도로 다리 밑 평평한 터이다.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 즉석에서 생선국수를 끓여먹거나 돼지 바비큐 등을 준비해 음식을 나눠먹고 청미천물에 발을 담그며 천렵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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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

광복절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일죽면, 죽산면 등 면 단위의 체육대회를 진행한다. 행사는 주로 각 면에 소재한 학교 운동장에서 개최하는 경우가 많은데 죽산면 체육회, 각 마을단위의 체육회가 행사를 도맡아 주최하고 죽산면 내 이장단과 부녀회장단 등이 주최측에 포함되어 행사의 진행을 돕는다. 격년으로 리(里) 단위 체육대회가 열리고 그 다음해에는 각 리(里)별 대항으로 체육대회가 열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2014년에 제45회를 맞은 죽산면민 체육대회는 면 차원에서 마을 대항으로 개최되었다. 두현리, 장원리, 매산리, 장능리, 관음당〮구교동, 동부, 칠장리, 매곡, 중부, 용설리, 당목리〮두교리 등 총 11개 팀이 참가했다. 마을대항으로 축구, 족구, 단체줄넘기, 훌라후프, 줄다리기, 계주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마을대항으로 경기가 치러지는 만큼 참가하는 선수단이나 응원단의 신경전은 치열하다. 아침 7시부터 축구경기 본선과 발 묶고 뛰기, 단체줄넘기, 100m달리기 등의 경기가 열린 후에야 본격적인 입장식이 거행되었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마을별 선수단 입장식이 시작되는데 플래카드를 필두로 각자 마을별로 맞추어 입은 유니폼으로 각 마을의 단합을 강조한다. 파랑, 빨강, 노랑, 주황 등 각각의 색깔의 티를 맞추어 입고 다 같이 운동장을 돌아 걸어서 구령대 앞에 서는 것인데 이때 입장식에 대한 시상도 이루어진다. 이날 매산리 주민들은 오색의 부채를 손에 들고 주황색 티를 맞추어 입고 입장했다. 애국가 제창과 내빈 소개가 있고 난 뒤 죽산면 내 공헌을 한 사람들에 대한 표창장 수여가 행해졌다. 대회사와 축사, 전년도 축구 우승기 반납이 이루어 진 뒤 선수단이 퇴장하면 입장식이 끝난다. 이어 족구, 어르신경기, 훌라후프, 줄다리기, 400m계주가 이어진다. 매산리는 단체줄넘기, 훌라후프, 줄다리기 등 종목에서 1위를 하며 선전했다. 리 별 부스에서는 미리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했는데, 이 날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죽산면 내 주민들까지 약 1000여명이 모였다. 체육대회의 마지막 순서로 노래자랑이 열렸는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으로 예정된 행사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되었다. 노래자랑을 하고자 하는 참가자와 경품추첨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이 날 행사장은 마지막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죽산면민 체육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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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추석을 한 주 앞둔 8월 30일, 암사골 입구에 위치한 문철섭의 부모의 묘에 벌초를 하느라 예초기 소리가 한창이다. 문원식, 문두식, 양금주(문원식의 처)가 벌초에 참여했으며 묘의 봉분 위는 문철섭이 직접 손과 낫으로 정돈했다. 1일과 6일은 백암장이 열리는 날로 문철섭의 처 유현자(여, 73)는 백암장에서 추석에 쓸 생선을 구입하고 4일 뒤 열리는 죽산장에서 조기와 나물을 구입할 예정이었으나 매년 나물을 구입하던 백암장에 나물장사가 나오지 않아 사지 못했다. 두부의 경우 백암에 위치한 두부공장에서 구입해도 되지만 아직 먼 추석 날짜 탓에 구입을 보류하였다. 준비하지 못한 물품은 최종적으로 9월 5일 죽산장에서 구입했다. 유현자가 장에서 추석 차례 음식을 손수 장만해온지도 20여년이 되었다. 매년 장에서 차례용품을 구입하는 까닭은 대목장보다 값이 싸고 직접 구입해야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편의 경우 과거에는 송편 반죽만 한 말이 될 정도로 많은 양의 송편을 직접 만들었으나 최근에는 죽산에서 구입하여 사용한다. 송편은 문두식이 추석 전날 죽산면 소재의 떡 방앗간에서 구입해 왔다. 추석 차례 상에 올릴 재료를 모두 구입하면 약 2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대부분의 비용은 현금으로 지불한다. 9월 7일 오전 유현자와 며느리 양금주(문원식의 처)는 집 부엌에서 두부, 버섯전, 동그랑땡, 녹두누르미를 차례로 부친다. 이때 녹두누르미 반죽은 다소 묽게한다. 다시마, 흰김치, 쪽파를 올려 익히는데 누르미라는 방언을 쓴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차례상에 쓰일 전을 익힐 때에는 서두르지 않고 약한 불로 서서히 익혀 정성을 다한다. 이어 잡채와 동태전을 준비하고 밤을 손질하면서 차례음식 준비를 마무리한다. 추석 당일 문철섭, 문원식, 문두식, 그들의 손자 손녀들이 문철섭의 집에 모였다. 오전 7시 진설이 시작되고 8시 경에 차례를 지낸다. 지방 4매, 메와 갱을 각각 8개씩 놓고 차례를 진행한다. 문철섭이 시계방향으로 두 번씩 잔을 돌려 올린 후 젓가락과 숟가락을 세 번 구른 뒤 숟가락은 밥에 꽂고 젓가락은 고기적 위에 올려놓는다. 이어 국을 빼고 물을 올린 뒤 술잔을 내린다. 그리고 각각 메를 덜어 물에 말고 두 번 절한다. 이어 술을 세번에 걸쳐 나눠 올린 뒤 수저를 거두어 세 차례 그릇에 구르고 절을 두 번 한다. 그 뒤 간단하게 음복을 하고 지방을 태운 후 차례 상을 철한다. 추석 차례는 약 20분이 소요되었고 9시 30분경 암사골 입구로 성묘를 하러 출발하였다. 본격적인 성묘에 앞서 묘 뒤 한 편에 자리를 깔고 포와 술을 산신에게 먼저 바친 뒤 절하여 고했다. 한편 문범섭은 성묘제물을 차리기 앞서 제물을 올리는 단 위를 소나무가지로 쓸어 청소한다. 포와 술로 간단한 제물을 올리고 문철섭의 손자 문형기, 문철섭, 문범섭이 술을 올린 후 두 번 반 절을 하고 술을 세 번에 나눠 묘에 뿌렸다. 문원식, 문두식, 문범섭이 두 번 반 절을 한 후 간단하게 음복을 했고 이로서 추석 성묘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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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으로 등재될 정도로 공동체적 가치를 담고 있다. 김장날이 다가오면 하구산마을 홍성철의 집에는 김장을 도우러 온 인원들로 붐빈다. 안영례와 안영례의 여동생 둘, 하구산마을 여성 열 명 정도가 집에 모여 마치 마을에 잔치가 열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300포기 이상의 김장 배추를 11월 18일 손질 후 소금에 절여 놓았다가 11월 19일 새벽 4시부터 씻어 준비한다. 10월 말~11월 초 수확한 배추는 김장 배추로는 맛이 덜하다고 한다. 서리를 맞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고 11월 중순에 뽑은 배추가 김장 배추로 제격이다. 김칫소에는 무채, 무, 배, 새우젓국, 황새기젓(황석어젓이라고 표현), 새우젓, 생새우, 양파 100개가 들어간다. 넓은 마당 한 쪽에 절임배추를 켜켜이 쌓아놓고 여성들이 서서 절여진 배추 속 사이사이에 김칫소를 적당히 넣는 작업을 한다. 안영례의 여동생이 배추 끝을 잘라 다듬어 놓으면 안영례의 아들인 홍명기가 다듬어진 배추와 속이 넣어진 배추를 옮겨 작업을 수월하게 한다. 새벽 4시부터 시작한 이 날 작업은 오후 2시경이 되어서야 모두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남은 소는 겉절이로 버무려 먹는다. 이날의 별미는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갓 담근 김장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 나누어 먹는 것이다. 돼지고기수육은 안영례의 딸인 홍경순이 삶아 준비했다. 이 날 김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김장김치를 담아가기 위해 미리 각자 구분 가능한 밀폐용기를 준비해왔다. 김장에 참여한 안영례 친척들의 경우 김장을 위해 2박 3일간 안영례의 집에서 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낸다. 손수 재배한 배추, 무, 고추로 만든 김장김치는 재료를 얻는 과정에서부터 직접 김장을 담는 과정까지 정성이 담겨 더욱 더 의미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를 가족, 이웃끼리 서로 나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안영례의 경우 김장을 담그는 기간 동안 친척들과 숙식을 함께 해결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