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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살림살이

주제 하종성 양영순 가족의 살림살이
조사 살림살이 이야기, 공간과 살림살이, 사진, 통계, PDF

하종성·양영순 부부의 1년

민통선 내 농업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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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70년대 초반부터 민간인통제구역 내의 논밭에서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본업이 농사이기 때문에 부부의 1년 생활은 농사를 중심으로 행해진다. 농사는 철에 따라 기르고 거두어야할 작물이 다르다. 때를 놓치면 특정 작물을 재배하지 못하거나 수확량이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부부는 모든 생활을 농사 진행의 상황에 따라 계획한다. 경작하는 작물은 특별한 점이 없지만 부부가 농사짓고 있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다른 지역의 농지와 다르게 농경활동 시 행동의 제한을 받는다. 우리나라 남북 접경지에는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으로부터 5~20km밖에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이 설정되어 있는데, 민통선에서 남방한계선까지의 지역을 민간인 통제구역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연천, 파주, 김포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지역 내에서는 군 작전과 보안유지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민간인의 영농을 위한 토지이용이 허가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 내의 출입과 행동, 경작권을 제외한 토지 소유권의 행사 등 일부 개인의 자유와 국민의 기본권은 통제되고 있다. 부부가 농사를 짓는 농지는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로 민간인통제구역에 속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곳 농민만의 특수한 현상이 몇 가지 발생한다. 마을 사람들은 민통선 안에 농사지으러 가는 것을 ‘강 건너에 간다.’혹은 ‘안으로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과거에는 나룻배를 이용해 강을 건너야 했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을 사용 하는 것이 익숙하다. 현재 농지로 들어가려면 임진강을 건너야하는데 주로 전진교를 건너고 때에 따라 통일교를 통해 들어가기도 한다. 또한 농지는 주요 보안 및 군사 훈련지역이기 때문에 출입시간이 통제된다. 동절기와 하절기에 출입시간이 다르며 보통 일출 시간부터 일몰 시간 전까지 출입이 허락된다. 일이 많은 시기에는 농민들이 출입시간 전에 입구에서 대기를 하기도 한다. 농지의 출입은 관할 부대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 가능하며 5년에 한 번씩 군부대에서 출입증을 발급받아 사용한다. 농지 출입구에서 출입증을 제시하고 신분을 확인한 다음 다리를 건너 입장 한다. 작물의 특성상 다수의 일손이 필요한 시기에는 일꾼을 추가로 출입시킬 수 있는데, 한명의 출입증으로 최대 일꾼 다섯 명의 출입을 인정한다.



2014파주살림살이


3월

농사 시기는 연중 3월 말에서 12월초이다. 12월부터 3월까지는 휴식기로 농경지에 출입을 하지 않는다. 부부는 특수작물을 재배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강 건너에 거의 가지 않는다. 겨울철 눈이 잘 쌓여 길이 좋지 않고 날이 추워서 농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따라서 1년 중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시기는 3월말 경이다. 3월말에는 농사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로 논밭을 비워내는 작업을 한다. 우선 외부인이나 야생동물의 출입을 막기 위해 박아놓은 말뚝을 제거한다. 논은 벼 수확이후 볏짚 단까지 모두 처리하기 때문에 모내기를 할 때까지 정리할 것은 없다. 야생동물에 의해 무너진 논두렁과 울타리를 보수하는 정도이다. 밭에는 수확 후 남은 작물의 가지나 뿌리, 비닐, 나무 대, 노끈과 같은 잔여물과 잡초를 겨우내 방치해두었다가 이 시기에 정리한다. 한 작물을 한 농지에서 연달아 재배하면 토질이 떨어지고 고추의 경우 고추탄저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다음해에 작물을 바꿔서 재배한다. 주로 고추밭과 콩밭을 바꾸고, 참깨 밭과 들깨 밭을 2, 3년에 한 번씩 바꿔 심는다. 콩의 뿌리에 있는 혹이 토양을 숨 쉬게 해서 토질을 좋게 변화시켜 고추를 옮겨 심으면 수확량이 많고 병의 위험이 줄어든다. 따라서 올해의 밭에 어떤 작물을 심을 것인가에 따라 알맞게 농지를 정리한다. 그 이후 고추와 콩을 심고 감자를 심는다. 감자심기는 3월 25일경에서 4월초 사이가 적절한 시기이며 부부는 보통 27일경에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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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한다. 4월초에는 못자리 할 농지에 ‘로타리를 쳐서’준비한다. 로타리를 치는 것은 농기계를 이용해 논을 고르게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경운기나 트랙터에 로타리라고 부르는 기계를 부착해 써레질하듯 논을 다니며 평탄하게 높낮이를 맞추고 땅을 부드럽게 고른다. 그리고 벼농사에 중요한 물을 퍼 올리는 작업을 한다. 물을 근방 양수장에서 퍼 올리면 논에 담아놨다가 볍씨 종자를 담글 때 사용한다. 볍씨는 정부에서 종자용으로 나온 것을 구매해서 1차로 소독 되어있지만 부부가 다시 한번 2차 소독을 해서 못자리를 한다. 농민이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못자리를 한다.’는 말은 볍씨를 발아시켜 흙과 함께 모판에 넣고 비닐을 씌워 농지에 옮겨 심을 때까지 싹을 기르는 과정을 말한다. 발아를 돕기 위해 비닐하우스에 못자리를 준비하기도 하는데 부부의 경우 논에 모판을 펼치고 비닐과 부직포를 덮는다. 못자리는 4월 10일에서 20일 사이 열흘 동안 바쁘게 한다. 못자리는 벼농사의 절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일손과 공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웃 농민들과 품앗이를 하고 종종 아들들이 휴가를 내어 손주들과 함께 일을 돕는다. 평균적으로 여덟명의 인원이 1,200장 정도의 모판을 만드는데 새벽부터 낮 12시까지 5~6시간이 걸린다. 최대한 점심시간 전에 마치려고 하며 예전부터 함께 일 해온 사람들이어서 손발이 잘 맞다. 4월에는 내내 못자리에 집중한다.



모판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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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월에는 모내기를 한다. 10일에서 월말까지 약 20일은 모내는 기간이다. 모내는 기간이 긴 것은 양수장 이용의 순서를 맞추기 위함이다. 양수장이 근방에 있는 움막주변의 논에서는 순서를 정해 원하는 기간에 물을 퍼 올려 모를 낼 수 있다. 농지의 규모가 큰 경우에도 모내기 기간이 길어진다. 그리고 이곳과 거리가 있는 논은 물을 대기가 어려워 모내는 기간이 늦어지기도 한다. 모를 내는 날은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논두렁에 모판을 나열해 놓고 필요한 때에 기계에 모판을 넣어주면 기계가 모를 심는다. 보통 기계를 운전해주는 사람과 부부 두 명이서 모내기를 한다. 그렇게 모를 내고 나온 빈판은 바로 정리해서 트럭에 쌓는다. 모판 재질이 플라스틱이어서 햇볕이나 열에 변형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쌓아서 비닐과 천막으로 감싸둔다. 그렇게 해야 오래도록 변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변두리 골짜기에 있는 논에는 물을 대기가 어려워 2014년에는 예외적으로 6월 16일경에 모를 냈다. 절기상 백로2가 되도록 벼가 펴지 못하면 벼를 못 먹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만큼 벼 수확에 계절적인 한계가 있어서 변두리 논의 수확량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수확은 나쁘지 않았지만 늦은 모내기였다. 보통 5월 10월에서 15일 사이에는 일논모를 내고 15일부터 5월말까지는 모든 논이 모내기를 한다. 부부의 경우는 모내기를 하는데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모내기를 하고 3일안에 초기 제초제를 뿌려야 한다. 그리고 15일에서 20일 안에 중기 제초제를 뿌려서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는다. 논 안을 직접 다니면서 약을 뿌리고, 논두렁은 제초기로 풀을 깎는다. 그래야 벼에 영양이 집중적으로 공급되어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다. 벼를 심은 순간부터는 제초와 비료 공급에 신경 써야 한다. 제초제를 뿌리고 비료를 줘도 문제가 있을 경우 농약을 바꾸거나 전문가와 상담해서 초기에 문제를 해결해야 이후에 문제가 없다. 5월 중순경 논에 모내기를 할 때 틈틈이 밭에 참깨를 심는다. 참깨 씨 심기는 5월 15일부터 말일까지의 기간이 걸린다. 부부는 강 건너 농지에서 참깨를 많이 수확하는 편이다. 참깨는 까다롭고 수확과정이 힘들어서 농민들이 선호하지 않는 작물이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대가를 받고 오랫동안 찾는 단골이 있기 때문에 양영순이 매해 재배한다. 밭에 고랑을 만들고 기계로 비닐을 씌운 다음 ‘도깨비 방망이’라고 부르는 파종기를 이용해 구멍을 뚫으며 씨를 심는다. 참깨 밭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모종이 아닌 씨를 심는다. 한 이랑에 두 줄을 심으며 밭의 규모는 300평정도 이다. 씨를 심은 후 싹이 자라나면 20일에서 6월초 사이에 한 구멍에 두 개 정도의 싹만 남기고 솎아낸다. 그리고 이랑 사이에 자라는 잡초를 제초기와 제초제로 틈틈이 제거한다. 손이 많이 가고 풀이 잘 자라 체력소모가 큰 작물이다.



트랙터로 논 갈기


6월

6월에는 현재까지 심은 작물들을 관리한다. 풀을 베고 제초제를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 시기를 놓치면 풀이 많이 자라 농사 일이 힘들어진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비료와 병충해 예방 농약을 쳐야 한다. 6월말에는 밭작물을 수확하기 시작한다. 작년 11월에 심은 마늘과 올해 3월 말에 심은 감자를 수확하는 시기이다. 7월 말까지 수확해 판매하고 남은 것은 가족과 나눠가진다. 감자와 마늘수확이 끝난 6월 말에서 7월 초복 사이에는 들깨 모종을 심는다 . 부부는 보통 초복 전이나 초복 경에 모종을 심으려고 한다. 양영순은 옛말에 초복에 들깨를 심으면 세 배를 수확하고 말복에 심으면 심은 만큼 수확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들깨는 한여름이 들기 전에 모종을 심어야 많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들깨가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수확시기를 고려해 나온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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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월에는 3월에 심은 고추 수확을 시작한다. 한 번 수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9월까지 자라는 고추를 딴다. 바로 판매하기도 하고 고추를 씻고 말려서 고춧가루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부부의 움막에 고추건조기가 있어서 직접 고추를 다듬어 말린다. 고춧가루는 8월 중순쯤부터 수확해 9월까지 만든다.



2014파주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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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월은 재배 작물을 관리하는 달이다. 벼를 재배하는 논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제초에 신경 쓰고 비료를 주기적으로 줘서 성장에 신경 써야 한다. 참깨와 들깨 밭도 역시 풀이 자라는 것을 초기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제초기 작업을 주로 하종성이 하며 1년에 평균 네 번 정도 반복한다. 제초 작업을 하기 전에 양영순이 종종 제초제를 뿌려 잡초가 많이 자라지 않게 조절한다. 농약 통을 메고 논밭을 직접 걸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서로 돕지 않으면 일이 많이 힘들다. 참깨는 보통 8월 중에 수확한다. 참깨는 늦게 심으면 좀 더 늦게 베는데, 그럴 경우 참깨가 덜 열린다 해서 5월 중에 심어 많이 열리도록 관리한다. 참깨는 수확하는 과정이 반복적이고 시기가 한참 더운 여름이라 체력소모가 많다. 15일경 일꾼과 함께 참깨를 베고 잘 마르도록 묶어서 밭에 다시 세워둔다. 일주일 정도 햇볕에 말린 다음 세워둔 참깻대 묶음을 들고 나무 막대기로 일일이 털어 참깨를 수확한다. 참깨를 완전히 털기 위해 한 번 털고 다시 말린 다음 두 번 혹은 세 번 정도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해가 뜨면 더워져 새벽 7시부터 시작해 12시 이전에 마치려고 노력한다. 수확 후에는 껍질과 먼지를 분리하는 ‘까불리기’를 한다. 1차로 수확 직후 밭에서 체를 이용해 분리해 내고 2차로 집 1층의 창고에 펼쳐두고 대형선풍기로 먼지를 날려 보낸다. 그리고 일일이 손으로 먼지를 걷어내 하얀 참깨만 판매한다.



2014파주살림살이


9월

9월에는 추석 전에 녹두를 수확하고 참깨로 참기름을 짜며 고춧가루를 만든다. 이는 추석전에 많이 찾는 가공품이다. 그리고 9월 말경 들깨를 수확한다. 들깨는 참깨와 달리 베어두기만 하면 말린 다음 도리깨로 털어 담기 때문에 직접 손으로 터는 참깨보다 수확이 편하다. 들깨 수확 날짜는 9월 말경인데 부부는 27일 전후로 정해두고 매해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다. 들깨를 수확한 밭에는 마늘을 심어 다음해에 수확한다. 보통은 추석세고열흘 안에 들깨를 베었는데 2014년에는 윤달이 들어 추석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추석이 한참 지난 후에 수확했다. 그래서 추석 이후에 들깨와 벼를 베기 전 일주일 정도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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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월에 접어들면 벼 수확을 준비한다. 20일경부터 11월초까지가 벼를 베는 시기다. 부부는 보통 17일경에 벼를 베기 시작하고 빠른 사람은 15일 전후, 늦은 사람은 20일 이후에 시작한다. 이 시기는 한창 수확 철이어서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미리 연락해 날을 잡아야 한다. 하루에 몇 군데의 벼를 벨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으면 순서가 한참 밀릴 수도 있다. 콤바인은 벼를 베면 바로 쌀알만 골라내어서 저장했다가 저장소가 다 차면 포대로 옮겨 담는다. 이때 미리 트럭 위에포대를 준비해 두었다가 쌀을 다 옮겨 담으면 바로 미곡처리장으로 가져간다. 트럭 두 대가 교대로 정미소와 농지를 오가면서 콤바인의 시간에 맞춰 쌀을 수확한다. 벼를 수확하면 고추를 서리걷이3하고 서리태를 수확한다. 벼를 베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서리태콩을 수확하는데 날을 정해두고 수확하기 어렵다. 보통 10월말에서 11월 초쯤으로 보는데, 잎이 떨어지고 알이 영근 다음 서리가 떨어져야 검은 서리태를 수확할 수 있다. 이시기는 장단콩축제를 앞두고 있고 찾는 사람이 많아 바쁜 때이다. 수확량이 많지 않아 농협에서 제공하는 선별기는 이용하지 못하고 부부가 직접 손으로 좋은 콩을 골라낸다. 이렇게 수확한 콩은 장단콩축제에 참여해 판매하거나 12월경 메주를 쑤어서 판매한다.



민통선 내 벼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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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월 중순에는 무와 배추를 수확해 김장을 준비한다. 김장거리를 수확하면 1년 농사가 거의 마무리 된다. 이때는 논밭에 말뚝을 박고 움막을 잘 단속한 후 돌아온다. 물이 얼어 수도가 터지지 않게 물을 다 빼고 잘 감싸둔다. 그리고 3월까지는 출입하지 않는다. 11월 말에서 12월 초가 되면 가족이 다 같이 모여 김장을 한다. 직접 재배한 배추에 구매한 배추를 더해 가족과 이웃이 모여 김장을 담근다. 양영순은 빠른 진행을 위해 전날 새벽 2시부터 양념을 버무려 만들고 4시에서 5시 반 사이에 배추를 씻어둔다. 그러면 아침에 자녀와 손주, 이웃이 모여 바로 양념을 버무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보통 11시 경에 김장이 끝나고 김장한 김치로 식사를 하며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