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마포구 아현동 살림살이

김종호는 1939년 충남 홍산에서 5남 3녀중 둘째로 태어났다. 부친은 건어물 장사를 했다. 20마지기 상당의 논과 넓은 밭도 있어 동네에서는 몇째 안가는 부자였다. 홍산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 입대를 하기 전까지 청주에 가서 트럭 조수일을 했다. 또한 세탁소에서 빨래도 하고 다리미질을 하기도 했고, 자전거 수리도 해보는 등 젊은 시절 다양한 일을 해보았다. 1959년 입대하여 군생 활은 경기도에서 포병으로 했다. 자신이 속한 부대가 5∙16 군사혁명 당시 서울로 올라온 부대였다. 당시 갑자기 비상이 걸리더니 완전 무장하고 서울로 출동하라 해서 출동을 했었는데, 그게 5∙16 군사혁명이었던 것이다. 3년 군 생활을 제대하고 세탁소에 가서 다시 일을 하였다. 처음에는 청주에서 하고 나중에 포항에 가서도 세탁 일을 하였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도 몇 군데 세탁소에서 일을 했었다. 이 세탁소 일을 밑천 삼아 아현동에는 이 십대 때 오게 되었다. 김종호가 면허를 받은 것은 1968년이었다. 최근에 받은 면허증은 가지고 있으나 당시 처음 받았던 면허증은 없다. 김종호는 군대 가기 직전 ‘트럭일’을 쫓아 다녔다. 그렇게 트럭 보조로 따라 다니고 하다가 면허를 받아도 되겠다는 추천을 받았고, 형식적인 시험 절차를 거쳐 면허증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운전면허 시험은 한남동에서 봤다. 김종호의 회상에 의하면 당시 운전면허 시험장은 그 곳 한 군데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남동에서 시험도 보고 적성검사도 했다. 이렇게 김종호가 면허를 받은 것은 1968년이었다. 비교적 최근 받은 면허증은 가지고 있으나 당시 처음 받았던 면허증은 없다. 면허증을 받고 택시 기사일을 시작하였다. 일을 하다가 한번은 택시를 몰고 고향인 홍산을 내려갔다. 당시 차를 몰고 고향에 가자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다고 한다. 택시운전을 하기위해서는 지정된 교육을 받고 이를 확인해 주는 카드를 지참해야 했다. 90년대에 택시일을 하다가 미국에서 온 여자 기자와 시비가 붙어 폭행죄로 고초를 겪기도 했다. 분명 미국 여기자가 잘못했고, 자신이 얻어 맞기까지 했는데 말이 안 통하다보니 김종호가 덤터기를 쓰게 된 것이다. 택시업에서 은퇴 후 중국에서 물건을 사다가 한국에서 파는 ‘보따리 장수’일을 한 적도 있다. 친구와 함께 몇 차례 중국을 왔다 갔다 하다가 신통치 않아서 그만 두었다. 또한 한동안 빌딩 관리인 일도 해보았다. 김종호는 술없이 살지는 못한다. 자신이 술 마시는 모습이 ‘기특하며’ 술을 마시면 사진이 찍 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김종호는 술을 좋아한다. 술 때문에 부인 김복순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술을 마시면 험한 소리도 하고 가끔 포장마차를 부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의 술 인생은 그리 짧지 않다. 아주 오랫동안 마셨고, 현재도 매우 자주 술을 마신다. 술을 처음 맛본 거는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한다. 당시 부모님이 항아리에 술을 담가 방에 놓아 두셨었다. 군대 재대하고 조금씩 마시다가 삼십대 들어서서 본격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다. 삼십대 초반까지 한 오년동안 막걸리만 마셨다. 그리고 나서 지금까지 소주를 주로 마신다. 몇년 전 큰아들이 죽고 나서 술에 더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그렇게 막걸리를 편하게 마시지는 못했다. 박정희 정권 때 쌀로 막걸리 못 만들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몰래 몰래 조금씩 만들어 먹곤 했었다. 쌀로도 만들었지만 밀이나 보리로도 만들었다. 동네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몰래 팔았는데 발각되면 절 대 안되었다. 그러다 경찰한테 들키는 때도 있지만 큰 탈은 없었다. 그는 남다른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길가에 쓸만한 물건들이 버려져 있으면 기꺼이 들고 와 다시 조립하여 사용하곤 한다. 단순히 고장 난 것을 수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것저것을 활용해 재창조하기도 한다. 포장마차에 있는 벽시계는 김종호가 직접 만든 것이기도 하다. 김종호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냐고 질문하자, 다음 세상에는 독수리로 태어나고 싶다고 대답한다.

김종호 씨 댁 기제사_옷 정리하는 제주 1

김복순이 가장 자주 하는 욕은“에라이 늙어 죽을 놈아”이다. 욕 안에서 인간이 죽을 수 있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맞아 죽을’, ‘밤길 조심해라’, ‘찢어 죽인다’등등 모골이 송연하고 식은땀이 나게 하는 욕들이 한국어에는 한국사람만큼 많다. 그런데 김복순은 욕을 할 때 늙어 죽으라 한다. 이 얼마나 인간적인가. 아예 욕을 포기한 것이다. 늙어 죽으란 말은 그냥 천수를 누리다 죽으라는 덕담이 아닌가. 김복순은 이런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녀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다음 세상에서는 돈 많았음 좋겠어...불쌍한 사람들 좀 돕게.” 김복순은 전북 김제에서 1948년에 태어났다. 10남매가 태어났는데 다 죽고 세자매만 남았다.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는데, 치료하는 과정에서 농사짓던 땅을 다 팔았다. 그 탓에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 다.”고 말한다. 김복순은 김종호와 혼인을 한 이후 아현동에 자리를 잡아 현재까지 30여 년 째 거주하고 있다. 떡볶이 가게는 1999년부터 시작했다. 떡볶이 가게를 하기 전에 여의도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음식도 하고 서빙도 했었다. 한때 신설동에서 설렁탕집을 한 적도 있다. 기사식당을 하며 10여 년 간 모은 돈이 있었는데 그 돈을 사기 당해 충격을 받고 갑상선이상으로 누워 있은 적도 있다. 한번은 현재 있는 집에서 보신탕집을 차린 적이 있다. 장사가 너무 잘되어 밤이 늦도록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살림집에서 장사를 하다보니, 장사가 늦어지면 아들은 잠도 못자고 기다리고, 남편은 밖의 택시에 앉아 기다리고 그러는 것이 안스러워 결국은 그 일도 그만 두었다. 처음 포장마차를 시작했을 때 오뎅과 순대만을 팔았는데 여름에는 매출이 줄어 여름 장사를 쉬려던 참에 주변에서 떡볶이도 해보라고 권했다. 떡은 밀가루로 만든 것을 쓴다. 주 고객인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판매 는 컵에 담아 500원씩 받는 ‘컵볶이’를 주로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1인분에 1,000원을 받는다. 떡볶이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지역 국회의원의 보좌관 들이 한번 맛을 본 후 인터넷 소식지 등에 소개를 해 줄 정도로 유명해졌다. 떡볶이 장사를 하면서 몇 번의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떡볶이 포장마차 뒤에 보습학원이 있는데 학원 학생들이 저녁 늦게까지 수업이 있느라 장사가 꽤 잘 되었었다. 그러나 IMF시절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수가 급격히 줄면서 매출이 크게 줄어 힘든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남편이 술을 먹고 포장마차를 엎어 버리는 바람에 화가 나서 며칠 간 문을 닫고 ‘가출’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일하면 하루에 최대 10만원 정도를 번다. 그러나 노후를 대비해 매달 30만원씩 연금도 붓고 그러다 보니 그렇게 살림이 넉넉하지는 않다. 사업 초기에는 장사가 잘되니까 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3년 전에는 포장마차 바로 앞 에서 택시와 오토바이 추돌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택시 기사와 오토바이 기사 둘 다 아는 사람이었다. 택시 기사 측이 증인으로 서달라고 했는데, 솔직히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보지를 못했다. 그래서 증인이 되기를 거부했는데, 이때 택시 기사가 증인을 안 서준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구청에 포장마차가 불법이라고 고발을 했다. 이후에도 자주 구청에서 와서 경고를 하고는 한다. 그때마다 그만 둘 생각을 하지만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불법이면서 운영을 하고 있다. 내년쯤 다른 곳에 이사를 가게 되면 가게를 빌려 국수집을 하고 싶다. 아들이 셋이었다. 그러나 2000년 장남이 심장병으로 죽었다. 남편은 이일로 충격을 받아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현재 나머지 아들 둘은 모두 결혼하여 나가 살고 있다. 둘째 아들은 홍익대 근처에 살고 있으며 운수업을 하고 있다. 막내는 31살 인데 창원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막내의 딸(김복순의 손녀딸)이 너무 이뻐서 핸드폰에 사진과 동영상을 저장 해 놓고 수시로 들여다본다. 요즘 걱정은 남편이 술을 너무 마시는 것이다. 그럴 때 마다 짐을 싸서 혼자 멀리 여행을 다니고, 혼자 이혼서류를 준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다시 태어나도 지금 의 남편을 만날 것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다시 태어나면 결혼도 않고 혼자 살 면서 주위의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한다. 노래를 매우 잘하는 편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상을 받은 적도 있다. 어렸을 적에 불교를 믿었다. 그러나 15년 전 희한한 꿈을 꾸고는 개신교로 개종 하였다. 개신교를 믿지만 장사와 관련하여 몇 가지 속신들을 가지고 있다.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스스로 이러한 것들을 믿지 않으려 하지만, 장사가 잘 되려면 이것저것 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속신의 예는 ‘상가집에 갔다 온 사람이 손님으로 오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등이 있다.

김종호 씨 댁 기제사_나물담는 제주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