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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마포구 아현동 살림살이

주제 김종호 · 김복순 부부의 물건이야기
조사 살림살이 이야기, 공간과 살림살이, 통계, PDF 테마,

김은진 사진작가

앵글에 담긴 아현동의 시간



아현동 기록사진은 2007년에 도시민속조사 아현동 살림살이 조사를 계기로 재개발 과정을 매년 사진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아현동 살림살이 ‘김종호, 김복순 부부의 물건이야기’가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온 것인데, 뒤돌아 보니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와 있다.
이제 아현동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거듭났고 현재 많은 세대가 입주를 시작하고 있다.
예전 김종호 아저씨와 김복순 아주머니의 집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아파트 주차장이 자리하고, 아주머니의 떡볶이 가게는 소나무가 있는 하단이 자리하게 되었다.
한 동네가 재개발이 된다는 것은 모든 걸 뒤바꿔 놓는 일이다.
그때 내가 담았던 집들과 사람, 골목길과 언덕은 이제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사각형 프레임 안에 구도를 맞추고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 과정 속에 한 장의 사진이 나오게 된다.
애초 같은 구도와 초점과 셔터를 일정하게 한곳을 꾸준히 담고자 했다. 그렇게 매년 변화의 모습을 보여 주고자 했다.
하지만 크나큰 착각임을 뒤늦게 알았다. 한 프레임 안에 구도는 예측 불허한 건물들로 프레임 밖을 벗어 나버렸고 초점은 건물들로 막혀버렸으며 셔터는 건물들의 그림자로 속도가 늦어졌다. 사진은 같은 장소라기에는 무색하게 전혀 다른 곳이 되어 버렸고 온전한 한 장의 사진이라 하기에는 어려운 사진이 되어 버렸다. 나무, 길, 그 하나라도 남아있을 법 한데 그 속에서 과거의 흔적이라고는 그 아무것도 없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떠났다. 동네의 집들은 창문과 문이 모두 뜯겨져 나갔고, 텅 빈 골목길에는 고물상 차들이 가끔 드나들었다. 그리고 버려진 개들과 길고양이들이 어슬렁거렸다. 한쪽에서는 철거작업을 하게 되었고, 또 한쪽에서는 늦게까지 집을 떠나지 않고 버티던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이 떠나게 되자 마지막 남은 집들도 뜯이고 잔해들은 땅에 묻히게 되었다. 그리고 넓고 완만한 평지만이 남게 되었다.
시공사와 재개발 조합 사이의 비리로 인해 공사는 지연 되었고, 땅은 한동안 방치되었다. 발길이 끊긴 그곳에는 잡풀들이 자라났다. 마치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것 같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그리고 다음해에 찾아갔을 때 땅에는 대단지 아파트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쯤 김종호, 김복순 부부를 다시 찾은 건 남양주 덕소초등학교 부근의 떡볶이 집에서 였다.
김종호 아버님은 이사 오기 전 아현동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고, 김복순 어머님은 조그마한 가게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고 계셨다. 한동안 지내셨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머님의 사진도 담았다. 그리고 살고계신 집을 찾아 내부 촬영을 하였다. 아무래도 혼자 살게 되시면서 이전에 있던 많은 물건들은 버려졌고, 살림은 단출해 졌다. 그리고 집을 나오면서 건물 외관을 사진으로 담았다. ‘덕소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을 알리는 플랜카드가 전봇대 사이로 걸려져 있었다.
나는 구도와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플랜카드와 집을 한 프레임 안에 담아 셔터를 눌렀다.